제목 | [퍼온글]"아가야, 울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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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철붕 | 작성일1998-10-13 | 조회수6,81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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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단상] "아가야, 울어라!" 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누군들 없겠으랴마는 도시본당 미사시간의 아기들 울음은 그야말로 분심거리였다. 유아방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본당에서 악을 쓰며 울어대는 아기들을, 적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수처럼 여겼던 미안한 기억이 있다.
이곳에 와서 그런 마음들은 차라리 그리움으로 변해 버렸다.
마음의 평온을 흐트러뜨리는 괴성이라도, 겹겹의 침묵을 찢어발기는 자지러짐일지라도 지금은 무척이나 그리운 소리가 되었다.
한여름에도 백발이 가득한 겨울미사가 계속되는 이곳에서 그런 아기들의 울음은 오히려 위안이요, 온기이다.
그럼에도 그런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간혹 눈에 띄는 아기들은 대부분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와 함께 한 모습이다.
시집간 딸이 돌봐달라고 어머니에게 맡겨둔 아기들이다.
할머니는 그런 손자.손녀들이 귀엽기도 하지만 마음과 달리 힘에 부치는 육신의 근력에 고달퍼 하신다.
아기를 안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만나고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둘사이의 안타까움에 도리어 가냘픈 희망을 걸어본다.
아기의 울음이 사라져 가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의 그늘이 밀려나는 따가운 도시의 가정, 그 둘의 만남 안에서 서로의 결손들이 채워지는 날 진정한 구원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아무리 급해도 가져가야만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학생이 가방을 놓고 군인이 총을 놓고 농부가 삽을 놓고 달려만 가서는 안될 일이다.
아무리 늦어도 다시 뒤돌아서서 확인하고 함께 챙겨가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땅과 땅을 일구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귀하고 우선 사람이 살고봐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서 너도나도 도시로만 몰리고 있지만, 땅에 씨앗을 심지 않고 사람은 단 일 년도 살 수 없는 까닭이다.
땅은 우리가 새로 태어나야 하는 모태이며 그래서 우리의 참 어머니인 까닭이다.
이 생각 저 마음들이 생명을 다한 잎처럼 대책도 없이 무심히 떨어져 쌓여 간다.
실은 나도 기쁨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진실을 외면한 희망이 어디에 있겠으며 현실을 등진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참 희망은 절망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솟아오르는 빛이며 참 기쁨은 달구어진 고통 안에서 피어나는 꽃이 아니던가 말이다.
수재 구호품 아동복을 받아들고도 전해줄 아이가 없어 황당했던 시골의 현실, 성전건축한다며 우리도 죽겠다며 인진쑥을 팔겠다며 난리 통에 전화를 해대는 너무도 무심한 도시의 현실, 그 현실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이곳 사람들의 심정을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다만 나의 이 마음을 하나의 밑거름으로 내어 놓고 싶을 따름이다.
지금은 싹도 트지 않은 거름일지언정 그 거름들이 모여 옥토를 이룰 때 새 씨앗이 떨어지고 새싹이 돌아날 수 있음을 진정 믿고 바라기 때문이다.
【최광혁 신부】청주교구 청산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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