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마음을 열어야만 알아듣는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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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8-10-22 | 조회수7,634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마음을 열어야만 알아듣는 말.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한 세 살 짜리 조카 녀석이 있습니다. 말문이 하나 둘 열리면서 식구들이 모두 그 재미로 지내곤 하지요. 그러나 진득한 성격이지 못한 저로써는 그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 듣기도 어렵고, 그래서 건성으로만 대답을 하다가 그것마저도 귀찮으면 바로 안아서 엄마나 큰언니에게 옮겨 놓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완벽한 언어체계를 갖추지 못 한 그 녀석의 말을 큰언니와 엄마는 다 알아 듣는 것입니다. 그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 듣고 그대로 해 준다는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저를 보고 그 녀석이 '이모!'라고 부르더군요. 그 기쁨과 놀라움을 여러분은 짐작을 할 수 있으신지요. 그 다음부터는 조카의 말을 알아 들으려고 애를 쓰니 대부분은 다 알아 듣고 있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아주 무시무시한 말을 하십니다.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러 이 세상에 오셨다고 하네요. 루가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다가온다는 그 분의 메세지, 그 기다림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 은유의 시인 예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죠. 복음을 만나면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조카녀석의 심정과 언어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녀석의 말은 웅얼거림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상식과 언어체계를 넘어 있는 말이 바로 복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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