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식구.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8-12-30 조회수4,242 추천수7 반대(0) 신고

 

식구(食口)

 

'가족(家族)'이라는 말이 일본식의 표현이라는 것을 저는 몇  년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식의 표현은  '식구(食口)'라는 말이 정확하다고 하는 군

요. 핏줄의 개념보다는 한솥밥을  먹는 모든 먹는 입(食口)은 같은 가족이

라고 칭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요셉과 마리아 성가정 축일입니다.  전쟁고아도 아니고 경제고아라

는 말까지 생겨난 걸  보면, 분명히 지금은 어려운 시절입니다. '가정'이라

는 단어가 이토록  애절하게 들리던 시절이 저에게는  처음입니다. 우리집

은 '성가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축복은 받았습니다. 굶거나 헤어져 살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오늘 복음에서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룰  데리고 에집트로 탈출합니

다. 헤로데가 사내 아이를 잔인하게 죽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떠나게

되죠. 수만명의 어린 아기가 학살당하는 사건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

기입니다. '순수'와 '무죄'로  상징되는 어린아이가 죽어 간다는 것, 그것은

자체만으로도 재앙이며,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그 일을 서슴

치 않고 저질러 버립니다.  그리고 요셉과 마리아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헤로데의 손아귀에서 탈출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라고 해서, 이런 잔인한 희생이 없을까요.

저는 지금 헤로데가 다시 환생한 느낌입니다. 며칠전  겨울방학을 하는 바

람에 학교급식마저 끊겨버려, 하루종일 굶는다는  어린아이의 지친 목소리

를 라디오에서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방법과  결과만 다들 뿐이

지 지금도 많은  어린아이가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이름으로 다가

온 경제불황, 그것이 이 시대의 헤로데겠죠.

 

요셉이나 마리아처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

다. 핏줄을 따지는 '가족'의 개념이 아닌, 한솥밥을 나누는 '식구'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나라에서 내어오는  복지정책도 마찬

가지 입니다. '식구'라는  의미를 새기지 않은 채, 내어 놓은  많은 정책들,

그것이 전시행정이며, 내 만족에서 비롯한 자선이 전부인 듯 착각하는

'교만'일 것입니다.

 

12월 27일 일요일 묵상입니다.

 

제 머리안에서 머무르시는 그런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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