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선택.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중고등학교 때, 환경미화 심사가 있지
요.
그때 우리반의 환경미화부장이 정말 내성적인 친구였는데, 반친구
들이 장난삼아 그 친구를 미화부장으로 뽑은 것이었습니다. 성격도
조용한데다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그 친구는 그 해의 환경미화 심
사때 많은 애를 먹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음날이 환경미화 심사날인데 모두들 평소때처럼 청소를 대충하
고 도망을 가버렸죠. 그리고 그까짓 심사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썩
힐 수 없다는 반장의 지론을 우리는 흔쾌히 받아 들였기 때문입니
다. 담임 선생님까지 아무 말씀 하지 않으시니 더 그러했고요.
하지만 그 다음날,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반 교
실은 너무나 깨끗하고 예뻐져 있었습니다. 칠판위에 레이스며, 게시
판의 게시물도 모두 새것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교실도 말끔히 청
소가 되어있었습니다.
바로 미화부장이었던 조용한 그 친구가 해낸 일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반 분위기를 보니 전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없을 것 같고,
급우들에게 부담주기도 싫어서 혼자 차근차근히 집에서 작업을 진
행하였고, 청소는 아이들이 다 떠나고 이미 며칠전에 부탁을 해 놓
은 사람들과 해 놓았습니다. 저도 부탁받은 사람중의 하나였습니다.
너무 의외의 부탁이어서 넙쭉 그러마하고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지
요.
하지만 그날 저는 행복했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고, 나를 믿어준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평범했습니다. 그저 청소를 잘 하
게 생겼다는 이유였지요. 그리고 딱 한 번 친구들 청소당번을 대신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 두명의 사도를 선택하십니다. 저는 예
수님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분의 선택 기준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복음에
서 어느어느 사도는 어느어느 엘리트 코스를 밟고, 그의 특기는 무
엇인지 전혀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소당번을 한 번 대신
해준 것도 눈여겨 봐주는, 즉 튀지 않아도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지니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선택의 기준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은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외로
운 것 같습니다.
예수님과, 그 미화부장 친구의 화려하지 않은 선택의 기준. 그것
이 그리스도인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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