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싸우지 마라 말이야! | |||
---|---|---|---|---|
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9-03-18 | 조회수3,912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싸우지 마라 말이야!
형제자매들끼리 싸우는 일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때마다 억울한 감정을 누르느라 씩씩거려 본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정말 내 잘못도 아닌데, 엄마가 오해를 하는 바람에 모든 죄를 다 뒤집어 쓰면 그 억울함이야 설명 할 필요도 없죠.
그런데 재밌는 건, 씩씩거리다가 울면서 잠이 든 밤에는 꼭 어머니가 이불깃을 계속 올려 주시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태추이는 이미 다 파악을 하셨다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이때 쯤에 한 번 혼내켜야 한다는 결심이 있으셨나 봅니다. 버릇고치기... 뭐 그정도의 뜻이겠지요. 그리고 그 싸움 자체의 폭력에 주목을 하시는 것이겠죠.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입으로 하는 증언의 덧없음을 말씀하십니다.
"나 자신의 일을 내 입으로 증언한다면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 된다. 그러나 나를 위하여 증언하는 이가 따로 있으니 그의 증언은 분명히 참된 것이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너무 심하게 혼난다 싶으면 왠지 두둔해주고 싶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도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마 언니와 저의 싸움에서 어머니는 용서를 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길 바라셨을 겁니다. 아무리 난 아무 잘못도 없다고 우겨봤자 어머니의 야단은 끝나지 않죠.
어쩌면, 우리는 이 세상을 그나마 건전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스스로 증언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하니, 좀 더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군요.
지금 세상의 많은 죄는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폭력입니다. 나 혼자 깨끗하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상대방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을 때, 증언해 주는 용기가 참된 증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사람을 외면하지 않을 때, 그 사람도 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