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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주보]성지주일-박규식신부님
작성자굿뉴스 쪽지 캡슐 작성일1999-03-24 조회수4,045 추천수1 반대(0)

골고타를 오르신 예수

박규식 암브로시오/둔촌동 성당 보좌신부

 

"주님께서 쓰시겠답니다" 하고 끌고온 나귀 등에 올라 예수님께서는 구원 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십니다. 사람들은 "이분은 갈릴래아 나자렛에서 오신 예언자 예수요"라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 환성을 올리며 환영합니다. 로마의 억압에서 해방되기를, 배고픈 가난에서 벗어나기를, 고통스러운 질병에서 치유되기를 기대하며 호기심에 찬 눈으로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이 환성이 얼마 뒤에는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는 저주의 소리로 바뀌게 됩니다.

 

그 이유는 분명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기로 예수님께서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셨고, 수많은 병자들을 한 말씀으로 고쳐주신 분입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으셨을까요? 예수님께서 주시기 싫으면 안 주실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신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기대를 채워주었더라면 그렇게 심한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예수님에게 무엇이 목숨을 내어놓을 만큼 소중한 것이었는지 더욱 궁금합니다. 그 해답은 우리들 각자가 찾아야겠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에게 기대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저버릴 수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기대하시는 것은 억울하게 갇힌 이들에게 해방을 주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풍요로워지고 육체적 고통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기대하시기에 예수님께서 몸소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사람들의 환호성을 뒤로 하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를 오르신 건 바로 하느님의 기대에 응답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예수님을 우리의 구세주라 고백하며 따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지 생각해봅시다. 우리들도 그때 그 사람들처럼 예수님께 현세적인 행복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고통을 인내하지 못하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지는 않는지 생각해봅시다. 이제 우리들도 인간적인 기대를 뒤로 하고 하느님께서 기대하시는 사랑의 완성을 위해 골고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예수께서 나귀 등에 올라 앉으시자 많은 사람들이 겉옷을 벗어 길에 펴놓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길에 깔아놓기도 하였다. 그리고 앞뒤에서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환성을 올렸다" (마태 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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