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최인호 님/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주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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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울대교구 | 작성일1999-04-02 | 조회수4,229 | 추천수1 | 반대(0) |
[서울주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주님 최인호 베드로/작가
예이츠(Yeats, 1865-1939)는 아일랜드 특유의 유현(幽玄)하고 환상적인 정서를 통해 세계적인 시인이 된 사람입니다. 1923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일랜드 자유국가 성립에 공헌한 독립운동가였습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조국 아일랜드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예이츠는 25세의 청년 시절, 고향 이니스프리 섬을 그리워하는 서정시를 발표합니다.
"나 이제 일어나 가리. 이니스프리 섬으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집 지어/ 아홉 이랑 일구어 벌꿀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혼자 살리/ 그곳 평화 깃들어 조용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노을 타고 평화는 오리/ 밤중조차 환하고 낮엔 보랏빛 어리는 곳/ 저녁에는 방울새 날개소리 들리는 그곳/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밤에도 또 낮에도/ 호숫물 출렁이는 그윽한 소리 듣노니/ 맨길에서도 회색 포장길에 선 동안에도/ 가슴에 사무치는 물결소리 듣노라"
주님은 부활하신 후 최초로 여인들에게 나타나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곳에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마태 28,10).
부활하신 주님은 어디든 단숨에 갈 수 있으셨습니다. 심지어 문을 뚫고 들어오기도 하셨습니다(요한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약속 장소를 갈릴래아로 정하셨을까요. 갈릴래아는 예루살렘에서 400km 정도 떨어진 먼 곳입니다. 실제로 주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날 것"(마태 17,23)을 예고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자신의 말씀이 실현된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일부러 집합 장소를 갈릴래아로 정했을까요.
제자들을 부르신 곳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는 산상설교를 하신 곳도 갈릴래아 호숫가입니다. 주님이 갈릴래아를 사랑하셨던 것은 승천하신 후 천사들이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사도 1,11)고 말했던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이 제자들을 갈릴래아 호숫가로 부르시고 마지막으로 "아침식사까지 만들어주신 것"(요한 21,12)은 그분께서 그곳을 사랑하셨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이신 것입니다.
예이츠가 런던의 회색 포장길에서도 이니스프리의 물결소리를 꿈꾸었던 것처럼 주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갈릴래아의 물결소리를 꿈꾸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예이츠의 시처럼 '이제, 죽음에서 일어나 갈릴래아로 가셨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이처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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