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당을 찾아오는 사람들(1)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4-29 조회수3,375 추천수14 반대(0) 신고

특별한 만남 <1>

 

한 2주 전이다.

새벽 미사를 마치고 사제관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람?>

수녀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신부님, 빨리 좀 내려와주세요>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 전해왔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데 웬 낯선 사람이 책상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늘 있던 일이라 그리 놀라지도 않고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왔었는데.... >

 

예상대로 그 낯선 사람이 성당 마당 한 가운데서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신부 나오라고 그래!>

 

옷을 갈아 입고 다가서는 나에게

<넌 또 뭐야? 너 말고 신부 오라그래!>

 

<아직 술이 덜깬 사내의 모습, 한데서 잠을 잤는데 옷매무새는 지저분했고,

손가락이 드러난 가죽 장갑은 은연중에 위압감을 주려는듯...

마음을 굳게 먹고, 세게(빡쎄게) 나가야 한다!!! 다짐을 했다>

 

<당신 뭐야? 왜 새벽부터 이렇게 소란을 떠는거야? 빨리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조용하지만 목소리에 힘을 주고 다가서는 나에게서 위협을 느꼈는지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건드리지 마! 건드리기만 해봐!>

<건드리지 않을테니 빨리 나가!>

 

<사내는 한참을 입씨름을 한뒤에 보니, 사내는 어느새 성당 대문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도 고함을 지르기는 마찬가지...

이번에는 도무지 안되겠는지, 다른 말을 한다>

 

<너! 어따대고 반말이야? 나이도 어린 XX가>

<나이 대접 받고 싶으면 나이 값을 해야지!>

 

<더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돌아서는데 예의 수녀님을 다시 만났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지...>

 

<괜찮으세요?>

<신부님, 아주 무서웠어요.

신자들이 돌아가고 나서 성당을 치우고 있는데

난데없이 들어와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면서,

가죽 장갑을 낀 주먹을 소리나게 치고 있었어요.

하도 무서워서 성당 밖으로 나오는데, 발로 걷어차더라구요>

<네? 발로 찼어요?>

 

<그 말에 발끈한 나는 다시 길을 향해 돌아서며>

 

<당신! 이리와봐!>

 

<사내는 분위기를 짐작했는지 꼬리를 감추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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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찾아오는 사람들,

그들은 참 다양하다.

사연도 많고, 이유도 많고....

나는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이 사람은 눈빛이 살아 있군>,

혹은 <이 사람은 뭔가가 수상해> 라고 독백을 한다.

내 눈속엔, 아니 내 맘속엔 이미

상대방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 있다.

<내가 언제 그를 보았고, 그의 말을 언제 들어보았다고........>

<새벽같이 오면 당신같은 사람을 맞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다>라고

말하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차라리 업무가 시작된 시간에 공손한 표정으로,

아니 아주 비굴한 표정으로 코가 땅에 닿도록 허리를 구부리며,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봐주겠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이게 바로 내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였던가?

예수님은 분명히 마음이 부숴진 사람들을 찾아다니시며

그들을 품어주셨는데,

왜?

왜, 나는 다가오는 사람들마저 따뜻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만든 틀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람들을 왜 외면하고 마는 것일까?

이건 분명히 아닐텐데.............

 

'99. 4.29.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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