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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성모의 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1999-05-29 조회수5,363 추천수7 반대(0)

성모의 밤

 

제 1 독서 : 사도 1,12-14.

복     음 : 루가 1,39-56.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오늘밤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참신앙인의 표양이셨던 성모님을 기억하며, 성모님께 사랑과 존경을 드리고 그분의 높은 덕을 본받고자 성모의 밤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시작성가에서 불렀던 것처럼 5월은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올해는 이상 고온으로 여름이 빨리온 듯하지만, 매년 5월은 대자연이 활기있게 살아나는 생명의 계절입니다.  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물이 활기에 차 제 모습을 드러내는 5월을 성모성월로 정하고 성모님께 특별한 공경을 드렸습니다.  성서의 말씀처럼 '하와를 통하여 이 세상에 죽음이 왔지만, 마리아를 통하여 생명'이 왔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 들은 것처럼 성모님은 초대교회 때부터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신 자상한 어머니이셨습니다.  예수님 살아생전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죽으시고 무덤에 묻히실 때도 성모님은 당신 아드님의 곁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방황하고 허탈해 하는 제자들 곁에는 늘 성모님께서 함께 계셨습니다.  예전부터 예수님을 따르던 몇몇 여인들과 함께 제자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에 힘썼다고 사도행전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리아의 모습은 초대교회 신자들의 가슴에 인상깊이 남았습니다.  그러한 예로 초대교회가 극심한 박해를 받을 때 로마의 까따꼼바 벽화에는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님의 성화가 등장했고, 2세기 이후 성경이 아닌 외경문학 작품중에는 마리아 공경에 관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4세기경부터 마리아에 관한 축일들이 교회내에서 형성되고 또 마리아께 성당을 봉헌하는 신심도 생겨났습니다.  성모님에 대한 많은 찬가들이 형성되면서 교회는 자연스럽게 구세주의 어머니, 그러나 십자가상에서 사도 요한에게 우리의 어머니로 삼아주신 후부터 교회의 어머니, 바로 우리의 어머니로서 성모님을 공경하고 그분의 신앙을 본받고자 했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특별한 공경은 특히 중세에 와서 꽃을 피게 됩니다.  9세기부터 매주 토요일을 마리아 공경일로 정하고 이날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하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또 15세기에는 동방교회에서 유래하는 성모송 기도문에 후반부 기원기도 부분이 첨가되었습니다.  19세기에 이 기도문에 저명한 음악가들이 곡을 붙여 많은 이들의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곡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구노와 슈베르트의 Ave Maria입니다.  이 외에도 13세기에 삼종기도가 시작되고 12세기 이후 묵주기도가 형성되어 보편화되는 과정을 보면 전통적으로 교회가 성모님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공경하고 본받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그러니까 1974년 교황 바오로 6세께서 발표하신 "마리아 공경"이라는 서한을 보면 전례와 신심행위에서 성모 마리아가 차지하는 위상과 마리아 신심에 대한 원칙을 성서와 공의회에 입각해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동정 성모 마리아는 그 생활한 전기나 생활 배경을 이루는 사회적 여건에서 본받을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뜻을 전적으로 그리고 책임감있게 받아들인 특별한 생활양식의 정신을 본받도록 교회가 신자들에게 제시한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를 토대로 행동했으며 애덕과 봉사의 정신이 그 생활의 원동력이었다.  마리아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중의 제자이며 완전한 제자의 모습으로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에서 마리아는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모범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성모님 공경에 대한 교회의 역사적인 과정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성모님 공경이 바로 예수님께서 원하신 구원 계획의 일부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실 때 결코 인간의 처지를 모른체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조건을 존중하시고 당신 자신을 결정적으로 계시하실 때 역시 인간의 조건을 온전히 취하셔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셨습니다.  결코 인간의 어려움을 모르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예수님 역시 성모님과 요셉 성인과 함께 성가정을 이루셔서 공생활 전까지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하셨습니다.  요셉 성인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도 홀로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충실한 자녀로서 생활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성모님과 요셉 성인으로부터 가장 헌신적인 부모의 사랑을 몸소 체험하며 사신 분이십니다.

 

그런 분이시기 때문에 십자가위에서 마지막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걱정하시며 어머니를 위해 또 제자들을 위해 성모님과 우리를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로 맺어주셨습니다.  그 이유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또 힘있는 사랑의 모습이 어머니와 자녀의 관계속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 1독서에 나오는 것처럼 예수님께서 승천하신후 허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초조해 하는 제자들 곁에는 성모님께서 함께 하시며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그들을 위로해 주셨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성모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셨고,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그분의 각별한 배려를 감사하며 성모님을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로서, 그래서 어떠한 어려움과 박해 속에서도 위로받고 피할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로서 어머니의 자리를 찾았습니다.

 

요즘 IMF 이후 많은 가정이 흔들리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아버지들이 실직의 불안과 그로인한 고통속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두려운 것은 그로인해 깨어지는 가정의 아늑함입니다.  특히 생활고로 인해 기타 다른 이유로 인해 가정을 떠나는 많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어머니가 떠나간 가정이 얼마나 불행하고 또 그 자녀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어머니의 자리는 그처럼 소중합니다.  다른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어머니의 자리입니다.

 

교회 안에서 마리아의 위치, 교회의 어머니로서의 고유한 자리, 힘들고 지친 자녀들이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어머니의 아늑한 자리는 어찌보면 인간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하시는 예수님이시기에 주실 수 있었던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절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어머니께서도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드님을 키우시며 온갖 고통을 감수하셨던 분입니다.  성모님 역시 생활고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깊이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흔들리는 가정을 생각하며 오늘 우리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위로해 주시는 예수님과 성모님께 우리 또한 가정의 소중함을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꼭 지켜갈 것을 다짐하며 이 아름다운 밤을 기억합시다.  감사합니다.

(작년 강론입니다. 1998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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