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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용서를 바랍니다(여성재신부님,춘천주보)
작성자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쪽지 캡슐 작성일1999-06-05 조회수3,019 추천수4 반대(0) 신고

[춘천주보]

주님, 용서를 바랍니다

여성재 브루노 신부 /묵호 성당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낸 것은 세상을 단죄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요한 3, 17).

 

"사제로 살아가면서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주저 없이 '고백성사를 집전할때'라고 대답합니다. 또"어렵고 힘들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도 똑같이 대답하곤 합니다. 주님의 섭리를 엿볼 수 있는 고백성사 안에서 우리 사람들이 가진 죄와 유혹에 쉽게 넘어지는 나약함에 대한 깊은 반성과 회개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며, 또한 진정한 뉘우침 없이 형식과 의무감에 얽매여 고백소에 들어온 듯한 느낌도 받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죄와 잘못에 대한 우리 신자들의 이해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죄에 대한 이와 같은 우리들의 이해에 근거해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사항은,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은 모두가 죄없이, 허물없이 살아가는 천사와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내,외의 압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뭐 이런가? 또는 "믿는 사람들이 더 하다."와 같은 말을 들을 때 저는 소리 높여 "신앙인은 천사들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주님의 자비와 용서가 더 많이 필요한 죄인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가 '교회'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교회에 속한 모든 구성원이 겸손된 마음으로 주님 앞에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청할 때 그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으며, 우리 주님의 자비하심과 섭리하심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죄인들을 용서해 주시기 위해 이 땅에 강생하신 주 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믿어 고백하는 우리 신앙인들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주님께 의지하고 희망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주바라기'들이 아니겠습니까?

 

분명 주님은 우리의 잘못을 따지시기보다는 뉘우치는 우리들을 어여삐 보시고 위로하여 주시며 용서하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죄와 어두움의 세력에 둘러싸여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고 싶은 인간의 속성을 복음 말씀이라는 등불로 길을 찾으며 힝겨운 투쟁을 계속하는 믿음의 자녀들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처지를 겸허하게 인정하는 자세, 다시 말해 죄와 잘못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가는 처지에 대해 매번 가슴을 치며 뉘우치는 마음을 통해,역시 죄 중에 살아가고 있는 신부에게 새로운 용기와 기쁨을 나누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삼위일체의 신비는 이와 같은 우리의 작은 노력이 분명 주님의 구원 은총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셨으며, 우 리 역시 당신이 영광에 참여하는 상황인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성령을 보내주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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