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봉헌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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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울대교구 | 작성일1999-06-16 | 조회수2,899 | 추천수1 | 반대(0) | |||
우리 교회는 2000년 대희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해나가는 해가 희년입니다. 묶인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빚을 탕감해주며, 고아와 과부와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음식을 나누는 등의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것을 돌이켜볼 뿐만 아니라 회개하며 새로워지는 때입니다.
6.25의 아픈 한 때문에 북녁 형제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전쟁 준비에 도움을 주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 배부르게 한다고 북한에 식량을 보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타당한 이야기같이 들리기도 합니다만 그 말을 따르기에는 너무나 마음 아프고 양심이 찔려옴을 느낍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느냐"(마태 25,35) 하는 주님과 북녁의 형제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분단의 세월이 내년이면 50년이 됩니다. 50년이란 햇수는 희년의 햇수입니다.
2000년 대희년은 모든 억압에서 해방되고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고 빚을 탕감해주고 갈라진 마음들이 하나가 되고 친척, 같은 겨레들을 위해 큰 마음을 쓰는 해입니다. 희년은 우리가 분단 50년 동안 쌓아둔 미움과 분열의 감정들을 사그라뜨려야 할 해입니다. 분단의 세월은 바로 미움과 몰이해와 배척의 세월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뿐 아니라 우리 민족이 희년을 맞이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민족은 축복을 받고 통일이라는 선물을 받게 됩니다. 통일은 분명 우리 민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하느님께서 내리는 선물입니다.
우리 민족이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겪어야 할 과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6·25의 상처가 가슴에 박혀있는 많은 사람들이 용서하고 화해하는 변화가 있어야 하고 지역간의 골이 허물어져야 하고 특별히 나와 다르고 힘겨운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굶주림에 죽어가는 형제들을 아픈 마음으로 바라보며 한줌의 쌀, 한 그릇의 국수라도 나누는 일에 동참하는 실천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신앙인들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 더 나가 통일을 실현해가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전세계 모든 교회가 희년의 정신을 살아가고자 애쓰고 있는 이때,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봉헌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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