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십 구년 유월 이십 오일 아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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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6-25 | 조회수2,968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남북 통일 기원 미사 <구십 구년 유월 이십 오일 아침> 신명 30,1-5; 에페 4,29-5,2; 마태 18,19-22
1945년 일제 강점기를 마치고 해방된 우리 나라에서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이 만 들어진 이래로 벌써 54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6.25 사변이 발발한 지 49년째가 되는 날입니다. 오직 나라를 구한다는 맹목적 이유만으로 전장으로 나갔다가 전사하고 다치고 고생했던 모든 분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위로하고, 이 땅 위에서 다시는 그와 같은 처참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 키고 마음의 결심을 확인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민족 분단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민족 통일에 관한 관심과 열의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 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새 정부에 들어서면서 소위 '햇볕'으 로 표현되는 일관된 대북 정책의 기조 안에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한국 전쟁 시작일을 기념하면서 우리들이 봉헌하고 있는 이 통일기원 미 사는 한마디로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자하는 의지를 확인하고, 같은 대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결심의 표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햇볕과는 어울리지 않게 북쪽의 무성의하고 호전적인 태도는 민 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염려를 가져다준 것이 사실이 기에 최근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보는 것은 통일을 기원하려는 우리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과거 50여 년 동안 남조선 혁명이라는 기치 아래서 적화 통일의 전 략을 세우고 때로는 이것을 전면에 내세워 기세를 다지고, 때로는 이것을 숨기고 또 다른 무엇을 추진하는 이중적인 전술을 사용해 왔습니다. 때문에 최근에 벌어 진 남북 대화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서해 상에서의 교전이나 미국만을 협상의 당 사자로 인정하려는 북쪽의 태도, 그리고 관광객의 북한 억류 등과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새삼스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북한의 이런 제스처와 관련해서 신북풍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고 햇볕 정 책의 전면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 정략적이라는 견해를 갖게 됩니 다. 상호주의의 원칙을 적용해서 비료지원을 비롯한 모든 지원에서는 득실을 고 려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주장에는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전면에 나타난 현상과 사건에 대한 입장표명이 거의 직선적으로 드러나는 남한 과는 달리 거의 모든 정보를 통제하려는 북한의 태도 앞에서 정치적, 경제적, 외 교적으로 남한보다는 북한이 한 수 위에 있다는 느낌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의 긴박한 사태 앞에서도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의식은 과거의 것과는 질적 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해상의 교전만 하더라도 과거 같으면 주 식 시장의 폭락과 생필품의 사재기, 고속도로의 혼잡 등 되풀이되던 우스운 관행 이 없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평소와 거의 다름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태가 안정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다렸다는 사실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일 의 열망과 안목이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처음 교전이 발표된 직후에는 다양한 관측들이 있었지만 각계의 전문가들은 우 리의 대북 포용 정책에 대한 북한의 확인작업이라는 견해를 내세웠고, 때문에 더 욱 지속적이고 분명하게 이런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었습니 다. 오늘로서 꼭 10일째가 되는데 오늘 아침에는 억류중인 민 영미 씨의 석방 가 능성이 높다는 기사와 함께 베이징 회담의 재개를 요청하는 북한의 메시지가 왔 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두었던 악재와 정략적 공격이라는 눈앞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것을 정책의 세련미를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했던 정책 담당자들과, 이를 믿어주 고 통일을 기원하며 마음 조렸던 모든 국민들에게 있어서 오늘 6.25가 민족 상잔 의 비극일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의연히 일어설 수 있는 통일의 기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이와 같은 희망을 갖고 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하느님 아버지 의 자비하심을 간구하도록 합시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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