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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 대축일에]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7-03 조회수2,912 추천수5 반대(0) 신고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걱정하지 말아라>

           2역대 24,18-22; 로마 5,1-5; 마태 10,17-22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말아라](마태 10,18).

 

목숨을 걸고 주님을 증언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그 때 그 때 필요한

말과 증언의 내용을 알려줄 당신이 계시기에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격

려의 말씀입니다. 실제로 많은 순교 성인들께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믿고 묵묵

히 자신의 길을 갈 수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말만이 아니라 온몸과 온 마음을 휘

감고 그 진리를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리의 외침을 거부할 수가 없어서 의

연하게 순교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순교자들은 정녕 행복한 분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들도 똑같은 진리의 복음을 듣고 있지만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

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애써 실천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진리의 단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반해서, 성인들께서는 그 맛을 알기에 그 진리를 몸소 사셨고,

그럼으로써 주님께서 약속하신 천상의 행복을 누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시고, 한국 최초의 사제이셨던 성 김대건 안

드레아 신부님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3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

난 소년 김대건은 16세에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최양업 토마, 최방제 프란치스꼬

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병약했던 소년 김대건은 몇 달씩 이어

지는 여행과 계속되는 힘겨운 신학 수업 때문에 몇 번이고 위험한 고비를 넘겨야

했지만, 마침내 24세에 부제품, 25세에 사제품에 오르는 영광을 받게 됩니다. 그

동안 조선 교구에 잠입하기 위해서 여러 방면의 입국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병

약한 소년 김대건은 몸도 마음도 튼튼한 사제 김대건으로 탈바꿈할 수가 있었습

니다. 그러나 사제 생활의 기쁨도 잠시, 서품 1년1개월만에 참수되어 군문 효수

형을 받아 죽게 되었고, 1925년 복자로 시복되었고, 1984년에는 현 교황 요한 바

오로 2세에 의해서 성인으로 시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당시 시성식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증거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심으로써 그들은 특출하게 그리스도와 같이 되었습니다. 우

리는 '이렇게 언제나 예수의 죽음을 스스로 몸에 지님으로써 예수의 생명이 우리

의 몸에서도 드러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2고린 4,10-11). 치명자들의 죽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도 닮은 것은 그들의 죽음이 새 생명의 시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새 생명은 그리스도를 위해 죽음을 당한 그들에게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남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와 증인들

의 산 공동체로서의 교회 안에 누룩이 된 것입니다. '치명자의 피는 그리스도의

씨앗'이라는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의 격언이 우리 눈앞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돌이켜보건대 우리 순교 성인들의 죽음은 210년 전의 역사입니다. 예수님이 돌

아가신 지 1800년이 지났고 거리 상으로도 수만 리가 떨어진 동양의 조그만 나라

에서 단지 책 몇 권과 성상 몇 개만을 보고서, 자기의 목숨을 그리스도를 위해서

선뜻 내어놓을 수 있었다는 점은 참으로 신비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점입니

다. 지금은 역사학이 발전하고 항공술이 발달하여 예수님의 시대와 지리적인 거

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이러한 시간에도 우리에게 순교의 박해

가 닥친다면 과연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주님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바칠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보건대 우리 신앙 선조들의

순박한 믿음과 그 믿음에 대한 성령의 은총이 없었다면 순교자들의 영광도 없었

을 것입니다. 바로 주님께 자신을 남김없이 의탁함으로써, 그리고 그러한 믿음의

자세에 응답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지금 우리들이

행하는 신앙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 전례의 말씀도 마침 온통 진리와 신앙을 위해 박해와 고통을 당하는 사람

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파견을 받아 세상에 나간 제자

들이 겪게 될 여러 가지 고통과 역경을 설명해줍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런

박해 속에서 제자들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으실 것이며 성령을 통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계십니다.

 

한편 1독서에서 사제 즈가리야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우상을 섬기는 요아

스 왕을 훈계하고 나섭니다. 성령을 받은 사제 즈가리야가 왕의 마음을 다시 하

느님께로 돌리기 위해서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하느님의 징벌을 예고했지만, 그

는 오히려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성전 마당에서 즈가리야를 살해하고 맙니다.

즈가리야는 죽어가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야훼께서 굽어보시고 갚으시리라.] 이

에 응답이라도 하듯 예수께서는 오늘 복음의 끝부분에서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을 지내는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은 바로 즈가리야처럼

같은 동족에게 참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자신의 젊음과 생명을 오롯이

바친 분이십니다. 구약의 사제 즈가리야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자신들의

목숨을 아낌없이 하느님을 위해서 바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들의 굳음 믿음

때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2독서는 이러한 믿음이 우리의 구원을

보증하기에 우리들은 믿음 때문에 고통을 당할지라도 기뻐할 수 있다고 말해 줍

니다.

 

순교자란 하늘의 가치, 진실을 위해서 현실을 뛰어넘어 자신을 내던진 사람들

입니다. 진실만이 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경

험은 거짓과 술수, 작전과 임기 응변이 참 평화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과 같이, 그리고 순교자들처럼 죽으면서도 진실과 이웃

을 위한 희생의 삶을 보여줄 때 비로소 평화가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그 복된 날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걱정하지 말고

우리들의 죽을 육신을 살리시고 영혼까지 구원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굳

은 믿음을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하겠습니다. 아멘.

 

형리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목숨을 바쳐 믿음을 증거하도록 성 안드레

아 사제에게 용기를 주신 하느님, 오늘의 한국 사제들도 온갖 유혹의 손길을 뿌

리치고 성무 집행과 신자들의 성화에 열중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

여 비나이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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