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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실한 사랑]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8-03 조회수2,737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8주간 화요일

                               <진실한 사랑>

                       민수 12,1-13; 마태 15,1-2.10-14

 

우리 나라에 천주교가 소개된 직후, 신자들은 조상에 대한 제사를 지내야 하느

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를 풀어야만 했었습니다. 유교의 전통에 따라서 조상

을 공경하고, 죽은 부모라 할지라도 정성으로 섬기라는 것이 효의 전통이었는데,

천주교에서는 하느님 이외에 다른 것을 섬기는 것은 모두 우상 숭배이므로 조상

에 대한 제사를 금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진산 사건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전라도 진산

땅에서 윤지충이라는 젊은 천주교 신자가 아버지의 사망 후에 당연히 모셔야하는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문중과 마을 어른들에 의해서

관가에 고발이 되었고, 그가 조상 제사를 거절하는 이유가 천주교라는 못된 사교

에 빠진 때문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천주교에

대한 직접적인 박해의 원인이 될 만큼 그 파장은 큰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조상들에 대한 제사가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십계명에 위배되지

않으며, 조상에 대한 숭배라기보다는 육친에 대한 공경의 예임을 잘 알고 있기에

차례를 금한다던지, 제사를 금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늘 제자들이 음식을 먹을 때 지켜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제자

들을 대신해서 예수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계십니다. 그들

의 전통에 따르면 어떤 음식이든 손씻는 예절을 거치지 않고 먹으면 부정을 탄다

는 것이 있었지만 이것은 논쟁의 트집에 불과했습니다. 손 뿐 아니라 음식 그 자

체도 물 뿌리는 예식을 해야 했고 음식 담는 그릇까지 그 예식을 거쳐야 하는 것

이 그들의 전통이었던 것입니다. 손을 씨고 깨끗이 씻은 음식을 깨끗한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은 위생적인 견지의 법이라기보다는 형식적으로 예식을 거치는 종교

예절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따라서 논쟁의 쟁점은 손을 씻지 않은데 있다기보다는, 이 논쟁을 계기로 예수

님께서 내리시는 정결과 부정의 새로운 가르침에 주목하는 데 있다고 봐야합니

다. 그런 의미에서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

라,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 15,11)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목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것은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은 더럽다고 하는데, 도대체

깨끗한 것은 무엇이고, 더러운 것은 무엇입니까?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구분

에 문제 제기를 하고 계십니다. 오늘 제자들의 행동을 문제 삼는 바리사이파 사

람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당시에 가장 정결한 사람, 가장 거룩한 사람들로 인정

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그들이 율법을 잘 지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레위기에 규정하고 있는 대

로, 정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에 관한 규정(11장), 산모의 부정에 관한 규정과 그

부정을 벗기는 예식(12장), 부정한 질병, 문둥병(13장), 악성 피부병과 그 부정을

벗기는 예식(14장), 남자·여자의 몸이 부정타는 것과 그 부정을 벗기는 예식(15

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위 [레위법]의 규정들을 지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지키는 율법의 규정들이 형식적이고 외적인 준수

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겉으로 하는 예식 자체가 사람들을 다듬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깨끗이 하고 거룩하게 하여 사람의 관심을 물질에서

영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속으로는 강탈과 착취와 영욕의 악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나를 더럽

힐까 염려되니 나에게 손을 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과연 모범적인 종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들은 외적인 율법의 준수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먼저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마

음을 깨끗이 하는 것은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따뜻이 사랑하는 태도로써 드

러나게 됩니다. 따라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면 우리들이 행하는 어떠한 행동

도 하느님 앞에서 올바른 것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진실한 사랑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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