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8월 24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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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창열 | 작성일1999-08-24 | 조회수3,133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묵시 21ㅡ9ㄴ-14 : 요한 1,45-51)
오늘은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의 한 분이었던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입니다. 성서에서 바르톨로메오의 이름이 나오는 곳은 사도들의 명단을 나열할 때 뿐입니다(마르 3,18 : 마태 10,3 : 루가 6,14 : 사도 1,13). 요한 복음서에서는 바르톨로메오란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요한 복음서에만 기록되어 있는 이름인 가나의 나타나엘이 바르톨로메오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오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내용에 나오는 나타나엘과 요한 21,1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티베리아 호수에 고기를 잡으러 가는 일곱 제자 중에 갈릴리 가나 사람 나타나엘이 있었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바르톨로메오(Bartholomeus :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의 아들 또는 물을 높은 곳에 바치는 분의 아들)는 톨마이의 아들(bar-Tholmai)이란 뜻의 성(性)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선물이란 뜻을 가진 나타나엘이 그의 이름이라고 추측합니다. 이 이름은 아마 예수께서 바르톨로메오에게 지어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르톨로메오는 열두 사도의 명단에서 여섯 번째 아니면 일곱 번째에 기록되어 있는데, 언제나 필립보와 한 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로 보아, 이 두 사람은 친구이거나 절친한 관계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는 것처럼,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필립보는 곧장 나타나엘을 찾아갔고, 나타나엘을 예수님께 인도한 인물은 필립보였습니다.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 구약에 예언된 구세주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나타나엘은 "나자렛 같은 시골에서 무슨 신통한 인물이 나오겠느냐?" 하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나자렛이 특별히 평판이 나쁜 고장이어서가 아니라 나타나엘의 고향인 가나(그 곳에 바르톨로메의 기념 성당이 세워져 있지요)와 나자렛은 가까운 마을이었으므로 경쟁과 친밀함이 도리어 경멸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필립보는 의심하는 나타나엘과 토론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간단히 "와서 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나타나엘은 스스로 확인하려고 행동으로 옮깁니다. 나타나엘은 회의를 품으면서도 정직했습니다. 예수께서도 나타나엘에게 "이 사람에게는 조금도 거짓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나타나엘의 품성이 어떠한가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나타나엘이 애써 확인하고자 의심을 품었던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의 지적대로 나타나엘은 거짓이 없는 진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모순이 되는 사실이라도 진리라면 인정하려는 진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나타나엘은 기도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하셨는데, 유대인들은 무화과나무 아래를 방과 같은 장소로 사용하며 긴 시간 그 곳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타나엘은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 하고 고백했습니다. 이 신앙 고백은 모든 의심을 버리고 믿음의 기쁨에서 나온 환희의 표현이었던 것입니다.
나타나엘의 신앙 고백을 들으신 예수께서는 나타나엘에게 "앞으로는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이사악의 아들 야곱이 하란의 라반에게 가는 도중에 베델에서 잠을 자다가 꿈에 땅에서 하늘에 닿는 층계가 있고 그 층계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본 사닥다리와 통하는 이야기입니다(창세 28,10-12 참조). 나타나엘은 심사숙고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었듯이, 무화과나무 아래서 기도하며 장차 오실 구세주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하늘과 땅을 이어줄 사닥다리의 꿈을 성취하실 것을 깊이 묵상했을 것입니다. 그러던 나타나엘이 이제 예수님의 제자로 불리움을 받게 되었고,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사닥다리 역할을 할 예수님의 십자가를 볼 영광을 얻게 된 것입니다.
역사가 에우세비오에 의하면, 나타나엘은 성령 강림 후 곧 고국을 떠나 멀리 인도에 까지 가서 복음을 전했으며, 그 다음은 아르메니아 글로 쓰여진 마태오 복음을 가지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시(市)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성대한 교회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에 의하면, 나타나엘은 소아시아 지방인 프리지아와 리까오니아 등을 거쳐 아르메니아에 도착하여 다년간 전교하였으며, 그 곳에서 아르메니아 왕 뽈리미오와 왕비를 개종시키고, 그 근방 12개 도시를 회개시킴으로써 교세를 크게 확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교 사제들의 증오를 사게되어 뽈리미오의 대를 이어 그의 형 아스띠아제스가 왕위에 오르자 이교도들에 의해 고발당하고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 합니다. 나타나엘은 산 채로 가죽이 벗기우고 나중에는 십자가에 못 박혀 머리가 잘리는 등의 잔혹한 혹형을 당하며 주님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래서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선 가죽이 벗겨지고 벗겨진 가죽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때로는 그의 가죽을 벗긴 칼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나타나엘이라 불리는 바르톨로메오의 유해는 알바노에 정중히 매장되었다가, 10세기에 로마에 운반되어 띠베르 강가에 아름답게 건축된 성 바르톨로메오 성당 제대 밑에 안치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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