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항상 깨어 있는 사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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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8-27 | 조회수2,75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항상 깨어 있는 사람> 1데살 4,1-8; 마태 25,1-13
신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맞는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있었을 때 동료들은
이제 신학생으로서 본당에서 하게될 생활을 그리며 가슴 뿌듯해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기말시험도 다 끝나는 때에, 급한 성격의 동료들은 벌써 작별인사
를 미리 해두기도 했습니다. 비록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었지만, 이윽고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한 학기를 마쳤다는 기쁨에 들떠서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
들은 한결같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철학 입문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입학정원 120명 가운데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명이 재시험을 보아야 한다는
안내문과 명단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험 과목도 많고, 공부해야 할 분량도 많아서 어떤 동료와 저는 철학 입문을
나누어 공부를 했고 나중에 요약한 내용들을 돌려보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약속
대로 시험 준비가 끝난 후에 시험을 치르는데 제가 준비한 부분에서 대부분의 문
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준비한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알고 있었던 터
라 저는 재시를 피해갈 수 있었고, 제 친구를 재시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그 친
구가 오히려 저보다 공부를 더 잘했는데도 말입니다. 편법으로 준비하고, 운이
좋아서 시험을 잘 볼 수는 있었지만, 오늘 복음 말씀처럼 꾸준한 준비를 해야하
는 대목을 묵상할 때면 늘 그 때의 기억들이 어린 시절의 철없는 추억으로 떠오
르곤 합니다.
오는 신랑에 대한 비유를 보면, [열 처녀가 저마다 등불을 가지고 신랑을 맞으
러 나간 것에 비길 수 있다](마태 25,1)고 되어 있습니다. 열 명의 처녀가 [저마
다 각각] 등불을 준비해서 오기로 약속된 신랑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인데, 열
처녀 가운데는 슬기로운 이들도 있었고, 미련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슬기로운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은 미련한 사람이 되었던 기준은,
[오는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 빈틈없이 준비를 했느냐]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랑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빈틈없이 준비했
던 처녀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준비가 소홀
했거나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던 처녀들이 뒤늦게 허둥대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고 나갔을 때 순식간에 신랑이 도착했고 [미련한 처녀들은] 혼인 잔치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시험준비처럼, 내가 준비한
과정을 통해서만 완료되는 것이 아니고, 주님께서 나와 약속하신 시간에 맞춰오
시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13절)는 절대절명의 요청이 이어
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주님께서 언제 오실런지 확실치는 않지만, 혼인 잔치에 참석
하는 신랑처럼, 오시는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오는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자신이 준비해야 할 부분들을 점검하듯이, 맡은
바 소임 안에서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있어서 소홀함이 없어야 함을 분명
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말씀처럼, 하느님의 뜻에 반대되는 모든 것이 [음탕한 행위](1데살
4,7)에 해당되는 것이라면, 우리들은 오히려 늘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께서 알려
주신 말씀을 기억하며, 주님을 기다림으로써, [거룩한 (부르심을) 사는 사람](1
데살 4,7), [항상 깨어 있는 사람](마태 25,13)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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