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공동체의 충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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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05 | 조회수2,618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연중 제23주일(2) <공동체의 충고> 에제 33,7-9; 로마 13,8-10; 마태 18,15-20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강아지를 두 마리씩이
나 기르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 마리만 있으면 쓸쓸하게 되고, 정서에
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 중 한 마리는
적극적이어서 사람이 자기에게 한 행동에 대한 반응이 즉시 나타납니다. 다른 한
마리는 좀 소극적이어서 반응을 잘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눈치를 살피
는 모습이 꼭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태어난 지 1년이 지났을 때는 이미 사람의
말귀를 다 알아들을 만큼 이들의 지능도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쪽 강아지를 칭찬해주면 다른
쪽이 질투를 합니다. 평소엔 [손!] 그랬을 때 한 번도 준 적이 없는 강아지가 손
을 잘 주는 강아지를 칭찬해주자 칭찬을 받기 위해서 마지못해 손을 주기도 합니
다. 또 한쪽만을 칭찬해주면 다른 쪽을 머리로 밀치며 은근히 기분 나쁨을 표시
하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두 형제가 있는데,
부모가 항상 형의 편만을 들어준다든지, 동생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다
른 편은 불편한 마음이 될 것이고, 그런 마음이 어떠한 것으로든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TV에서는 [칭찬합시다] 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됩니다. 누군가를 칭찬
하는데 인색한 우리들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시청
자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서로는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신세대들을 보면
기쁘면 기쁜 것을, 괴로우면 괴로운 것을, 그리고 슬프면 슬픈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칭찬에 대해서만큼은 예외 없
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칭찬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남을 칭찬한다고 해서 자신의 위상이 깎이는 것도 아닐텐데 우리들 역시도 칭찬
에 인색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쩌다가 칭찬을 듣게되면 그것만큼 쑥스러
운 것도 없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짜증 섞인 말을 하
게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칭찬하는 것보다 더 못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
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충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입니
다.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할 게 있는데, 요즘 마음이 불편한가봐~ 그렇게 얼
굴을 찡그리니까 대하기도 어렵고 보기에도 좋지 않은 것 같애.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을 한다면 우리들의 반응은 어떨까
요? [응~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사실은 ~~~ 때문에...] 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너나 잘해!] 라면서 그런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
다.
충고가 상대방 스스로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 진심으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면 그 속에는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마음,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그럴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알지 못하고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는 공연히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충고가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것이 되기 위해서
는 상대방의 처지를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복음에서는 [단 둘이 만나서 잘못을 타일러 주어야 한다](마
태 18,15)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알게 될 것이고, 그것이 충고를 들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핸디캡
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하는 충고를 듣지 않는다면 두 세
사람이 더 가서 같은 마음으로 충고해 주어야 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교회 공
동체가 그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
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은 주님의 자녀로서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서 같은 목적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들
려지는 형제들과 교회의 진심 어린 충고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
니다.
칭찬을 하는 것에도 인색하고, 충고를 듣는 것에도 인색한 우리들은 오늘 복음
을 통해서 앞으로 실천해야 할 덕목들에 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상대
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을 담아서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칭찬을 듣는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말해주는 상대
방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선 이런 사랑의 유대가
쌓이고 나면, 조심스럽게 충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
고 우리들은 그런 충고가 악의를 품고 있는 개인적인 미움의 산물이 아니라, 공
동체의 일치와 평화에 어느 면으로든 장애가 되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
고 싶은 공동체의 표현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겸손하게 듣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자세를 갖출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쉽지 않은 충고이겠지만, 먼저 아홉 개의 칭찬을 한 후에
한 개의 충고를 하게 된다면, 그런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들은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뜻을 구
하면서, 그 뜻에 맞게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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