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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십자가 현양 축일(9월 14일)
작성자오창열 쪽지 캡슐 작성일1999-09-14 조회수3,754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민수 21,4b-9 : 요한 3,13-17)

십자가, 우리 구원의 열매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영광으로 삼아야 하리니, 그 안에 우리의 구원과 생명과 부활이 있으며 그로써 우리는 구원과 자유를 얻었도다." 오늘 미사 전례의 입당송은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축일의 의미를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연감에 의하면, 326년 9월 14일 그리스도께서 못 박혀 돌아가셨던 십자가를 헬레나 성녀가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35년에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장소와 부활하신 장소에 두 개의 대성전을 세우고 9월 14일에 예루살렘에서 봉헌 기념제를 올렸습니다. 이 축제는 당시만 하더라도 부활 축제나 공현 축제와 비교할 만큼 중요성을 갖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장엄 예절에 참석하려고 몰려들었습니다. 이러한 두 대성전의 공현 축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약해지고, 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 공경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6세기에 키프로스의 알렉산더는 이 십자가 공현 축제를 영광스러운 ’현양 축일’이라고 불렀는데,  이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신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에 깊숙이 새겨져 있는 십자가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영광과 현양을 동시에 드러내 줍니다. 십자가에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땅의 인간들에게 하늘의 길을 가르쳐 주는 신비가 담겨져 있습니다. 성당과 교회의 십자가, 신자 가정과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는 한낱 장식품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난 증표이며 우리 구원의 표지]입니다. 십자가를 통해서 온 세상이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찾아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십자가의 의미에 대해 가르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축복의 땅, 가나안으로 향해 가는 여행길은 죽음의 공포를 떠나 생명의 하느님께 의탁하러 가는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그 여행은 지리적인 이동보다 훨씬 의미 심장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의 심오한 뜻을 깨닫지 못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 하느님께 함부로 불평 불만을 털어놓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의 섭리를 믿지 않는 죄를 범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저버린 까닭에,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돌보아 주지 않았고, 그 결과 그 백성은 치명적인 불 뱀의 위험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극진히 사랑하신 까닭에 모세의 중재기도를 들으시고는 그 백성을 구리 뱀으로 구원해 주셨습니다.

 

 생명의 하느님께서는 사막에서도 권능을 발휘하신다는 사실, 곧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 오늘 제 1독서는 예수께서 니고데모와 나누신 대화에서도 그대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십자가의 진정한 의미를 계시하십니다. 십자가는 예수님을 믿는 이들을 구원에로 이끄는 구원의 증표이며, 온 인류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최후 계시임을 가르치고 계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십자가를 받아 들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편리한 경우이거나 불편한 경우이거나 언제나 성부 하느님을 전적으로 믿고 순종하여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놓으심으로써 우리를 가득 채워 주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십자가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전폭적으로 받아 모시도록 격려합니다.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사람들이 지닌 표지는 바로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모든 인간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사형 당하신 그리스도께서 부활의 승리를 거두셨음을 믿습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이웃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구원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리라는 사실을 신뢰합니다.

 

 인류를 대하시는 하느님의 방식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손길은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으로 향하던 사막에서나, 오늘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이 땅에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면서, 다시금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 구원과 성화를 위한 은총이며 인간 삶의 목적임을 깨닫고, 우리 모두의 "구원의 열매가 십자가에!" 있음을 깊이 묵상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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