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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29주간 목요일 묵상]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0-20 조회수2,422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구원의 불길이 타오르게 하소서>

                 로마 6,19-23; 루가 12,49-53

 

 

언젠가 외출을 했었는데 소방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어디선가 불이 났구나.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불길을 빨리 잡을 수 있어야 할텐데...].

아마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이겠죠?

 

사람들은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불을 이용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급격한 변화를 체험하며 세상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용하는 그 불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 지난 초여름

씨랜드(Sea Land)의 화재 사고처럼, 무고한 생명이 헛된 죽음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불이 있어야 할 데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을 때 사람들은 119에

신고를 하게 되고 소방관들은 그 불을 끄게 되는 것이지요.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라고 선포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지르고 싶은 불은 무슨 불일까요? 설마

나쁜 불은 아니겠죠? 그런데 예수님은 계속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들을 하고 계십니다. [내가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아느냐?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물론 이 불은 사람들을 욕되게 하고,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화목한 가정을 파괴하는 그런 불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영광을 주시고, 사람의 생명과 영적인

보화를 키워주며, 성가정을 이룰 수 있는 구원의 불, 뜨거운 성령의

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불이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말씀은 또 무엇이겠습니까?

이 분열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는 주님의 뜻을 외면하고 고집스럽게

욕망의 삶을 살았던 인간의 방종에 있었습니다. 그 방종이 가져온

결과는 사람들 사이의 반목이었고, 생명의 파괴였고, 하느님과의

연결고리를 파괴하는 오만이었습니다. 이런 반목과 파괴와 오만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신 예수님께서는 당연히 그런 방종을 일삼는

사람들과는 도무지 일치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셨고,

이제 세상에서는 주님을 따르고자 마음먹은 세력들과 주님을

반대하는 세력들 사이에 거대한 전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방종의 세력도 그에 만만치 않아 세상은 마치 분열의 극치에

이른 듯, 악의 세력이 판을 치는 듯 여겨질 것입니다. 그 가운데는

우리들 삶의 가장 기초적인 나눔의 장인 가족마저 파괴되는 극도의

광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어머니가 딸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반대하는 집안은 기필코 갈라질 수밖에 없는

콩가루 집안이겠지요].

 

악의 세력이 판을 치는 광란의 불길과, 그 광란을 이겨내기 위해서

오신 성령의 힘, 곧 정화의 불길이 이 세상에 가득 타오르게 될

때가 바로 주님께서 괴로와하시면서도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고

소개하셨던 이른바 [고난의 세례](50절 참조)에 해당됩니다. 그

고난의 세례는 [아버지 가능하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라는 주님의 기도에서처럼 참아 받기 힘든 고통 자체였습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시작하신 구원의 불길, 구원의

기쁜 소식이 존재 전체를 휘감는 오욕의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기를 바라셨고, 그처럼 극진히도 우리들을 사랑하심으로써 당신의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죽음의 불길을 이겨내신 주님께서 제자들을 향해서 하신 첫 번째

말씀은 [평화](요한 14,27)였습니다. 그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이 전쟁과 총칼로, 위협과 사기로, 권력과 욕망으로 거짓 평화를 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박해를 이겨내고 속죄의 희생을 바친 대가로 얻어지는 귀중한 평화]

라는 사실을 우리들은 기억해야만 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들 안에는 이미 구원의 불길이 타올랐습니다

(매일 미사). 우리들은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이 마음의 불이 우리들

안에서 활활 타올라 우리의 죄와 허물을 살아 버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기쁘게 살아갈 줄 아는 믿음과 사랑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애써야만 합니다.

 

이렇게 주님께만 믿음을 두는 사람은 오늘 <화답송>에서 노래하듯

진정 [복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저희들 안에 구원을 불을 놓으소서.

온 누리에 당신의 평화가 임하게 하소서.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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