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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대의 표징을 구하며]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0-21 조회수2,62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시대의 표징을 구하며>

                        로마 7,18-25ㄱ; 루가 12,54-59

 

아버지의 뜻을 구하며 살아야 하겠지만 그 뜻을 찾는 일은 대단히 어렵게만 여

겨집니다. [나와 말씀하지도 않고 나를 만나주지도 않으시는 주님의 뜻을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이를 때면, 하느님의 뜻을 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대의 표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그

것을 재해석하고 우리들의 삶의 방향을 찾아나갈 줄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시대의 징표를 읽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복음은 이런 일이 마치 날씨를 예견하는 일과도 같다고 가르칩니다. [구름이

서쪽에서 일면 비가 올 징조]임을 아는 것이라든지, [바람이 남쪽에서 불면 날씨

가 덥겠다]고 생각하는 일이 가능한 것처럼, 우리들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모

든 사건과 상황들,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가르치시고, 우리

들에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뜻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해 보지만 주님의 뜻을 헤아리는 것은 요원하게만 여겨집니

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내 가족의 뜻, 내 친구의 뜻, 이 이웃의

뜻]조차 파악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당하는데,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느님

의 뜻을 구할 수 있단 말이냐며 어려움을 토로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들이 갖는 이와 같은 한계를 항상 전제하고 인정해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갖는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해서는 도

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서만큼은 꾸준히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해답을 얻기 위해서 우리들이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 가운데는 [기도하

기, 성서를 읽고 묵상하기, 찾아낸 뜻을 기억하고 생활 가운데서 실천하기]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이 실천되면

다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고 여겨집니다.

 

특별히 말씀에 대한 묵상만큼은 우리들이 삶 가운데서 빼놓지 말고 계속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는 시대와 장소와 인종을 초월해서 하느님께서 사람

들에게 하시는 아주 구체적인 말씀이기 때문에 말씀을 통해서 당신의 뜻을 밝히

시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성서를 잘 읽고 묵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모세

오경, 예언서, 역사서, 지혜서, 복음, 서간, 행전, 묵시록 등으로 분류되는 73권

의 성서 말씀이 우리들에게 읽혀진다는 것은 우리들이 그만큼 하느님 아버지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성서를 읽어야 한

다는 말을 들으면 먼저 겁부터 냅니다. 언제 저 많은 분량을 다 읽을 것이며, 또

언제 그 많은 내용 가운데서 지금 내 삶에 꼭 들어맞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

이며, 그것을 찾아다 하더라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합니다. 속도 메스껍습니다. 포기하고, 자리

에 눕고 맙니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합니

다.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을 경우 그것을 풀기 위해선 가장 간단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이웃이 누구입니까?] 라고 물어오는 사람에게 [너는 성서

를 어떻게 읽었느냐?]고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내용이 담겨 있다며 그 많은 성서의 내용을 단 한마디로 요약해 주

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성

서를 읽을 때마다, 그것을 묵상할 때마다, 그리고 묵상한 말씀을 실천하고자 마

음먹을 때마다 항상 기본적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웃을 진

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점을 기억하고 있

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알아들을 수 있

습니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당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으신 예수님의 사랑

이라면 이 순간 어떤 결정을 내리실까를 당연히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들이 머뭇

거리게 되고, 마음이 갈라져 혼란스러워하고, 산란한 느낌을 갖게 되는 이유는

주님의 뜻을 당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뜻, 자신의 욕망, 자신의 욕심을 포

기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부차적인 정서인 것입니다.

사실을 단순화시키고, 그 모든 것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우리들

이 노력해나간다면 이 시대에 필요한 표징,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읽어낼 수 있

지 않을까요?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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