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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사람]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0-24 조회수2,493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하느님의 사람>

                       로마 8,12-17; 루가 13,10-17

 

며칠 전에 병원에 간 일이 있습니다. 건강 진단서를 첨부해야 하는 서류를 준

비하기 위해서 모처럼 병원 문을 두드린 것이었죠. 성모 병원이었기 때문에 사전

에 [제가 신부인데 어떤 일로 왔습니다] 라고 담당 수녀님께 부탁 한 마디만 했

다면 아주 손쉽게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날만큼은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더군요.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접수를 하고 앉아

서 기다렸습니다. 언제 이름이 불릴지 몰랐기 때문에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고 꼼

짝없이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누구라도 같이 올걸...]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의사와 일차 만나고 나서 정해준 검사를 위해서는 다시 접수를 해야만 했습니

다. 처음엔 진단서 때문이라고 문의를 했을 때 사진 2장만 준비하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었는데, 정작 그날은 병원 카드가 있는지, 의료보험증을 갖고 왔는지

등등을 물어왔습니다.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저를 바라보는 수납 직

원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주민등록번호를 대라고 하더군요.

제 번호를 대자 곧 저에 대한 기록이 화면 위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접수 직원은 [상봉동 신부님이세요?] 라고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분명하게 태도

가 돌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엔 신부라고 병원에서까지

대접받기를 원하고 일찍부터 온 사람들 틈에 껴서 진료를 받았던 모습들이 반성

되었고, 아무런 힘도 백도 없이 오랫동안 불편함을 무릅쓰고 말없이 기다려야했

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여인 한 명을 고쳐주셨습니다. 십 팔 년 동안 허리가 굽

어 있는 병에 걸려서 고생했던 사람이었는데 예수님께서는 감쪽같이 고쳐주셨고

여인은 기분이 대단히 좋아졌겠지요. 그런데 안식일에 이런 일을 했다고 해서 회

당장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목에 힘을 주면서 예수님과 여인

을 나무라기 시작합니다. 회당장은 회당의 대표로서 자신이 배우고 살아왔던 율

법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제대로 지켜지길 바랬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만을 생각하며 율법을 어기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이지

요. 여인을 비롯해서 그 날 예수님께 치유를 받았던 사람들은 회당장의 말 앞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이 여인도 하느님의 딸인데,

십 판 년을 기다리다가 오늘 비로소 치유를 받을 수 있었는데, 하느님의 날인 오

늘 그 딸이 치유 받을 수 있었다고 해서 과연 하느님께서 노하시고 우리들을 저

주하시겠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주님을 생각하며 그 법을 산

다는 것은 곧 하느님의 마음과 사랑을 갖고 우리들의 언행을 꾸려나가라는 말씀

이십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잣대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판

단하게 됩니다. 전후 사정을 모르면서 나름대로의 경험이 전부인양 상대를 무시

하게 될 때도 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배웠다는 점이 오히려 예절과 양심도 없는

무례한이라는 소리를 듣게 할 때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법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사랑을 체험하고 자비를 깨닫게

되는데 그 의미를 둡니다. 그러나 잘나고 용감한(?) 우리들은 이런 하느님의 뜻

마저 자신의 잣대에 의해 토막내고 편집해서 이상한 결론을 내려놓곤 그것이 곧

모든 사람들이 따라야할 하느님의 뜻인 양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외관을 갖췄다 하더라도 조건 없이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어울리지 않

는다면 우리들은 스스로의 언행을 삼가며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기에 앞서서 자

신이 먼저 변화되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합니다.

 

우리들의 삶이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으로 준비되어 언제라도 그 언행이 하느님

의 마음에 들며, 스스로의 고집스런 잣대를 포기하고 진실과 사랑의 마음을 준비

하고, 아집과 독선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하느님의 사람]

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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