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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리에 대한 고민]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0-29 조회수2,826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자리에 대한 고민>

                로마 11,1-2ㄱ.11-2.25-29; 루가 14,7-11

 

우리들은 어디를 가든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버스

를 탔을 때나 전철에 올랐을 때 먼저 어느 자리가 비었는지를 살피게 됩니다. 어

떤 사람들은 들어오는 전철을 쳐다보고 있다가 빈자리가 있는 칸을 발견하면 필

사적으로 그 칸을 향해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그 때 드는 생각: [아~ 자리!].

 

누군가와 약속을 했다가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하러 가게 되었는데 마침 점심

시간이라 가는 곳마다 손님들로 붐볐습니다. 어떤 식당은 순서표를 받고서도 5분

이고 10분이고 기다려야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혼자 온 손

님과 겸상을 하거나, 구석진 좁은 자리마저 마다하지 않고,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게 됩니다. 또 어떤 곳에서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언젠가 역시 생각 없이 찾아갔던 식당에서 이

미 예약 때문에 자리가 다 찼다는 말을 듣고 곤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은

직원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비워두었던 방에서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그 방을 내주

었는데 같이 갔던 일행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 자리!]

 

내년에는 총선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해 보자며 자신

의 당선과 자기가 소속된 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언제나처럼 많은 공약이 발표될 것이고, 수많은 방문과 관심이 평범한

국민들에게 쏟아지겠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음 총선을 위해서, 그리고

그 동안 들인 공을 누리기 위해서, 막대한 선거 자금의 회수와 권력에 따르는 부

대효과들을 누리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아~ 자

리!].

 

오늘 예수님께서는 갑자기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던 이스라엘의 많은 지도자들

이 서로 상석에 앉기 위해서 분주한 모습을 보시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

해서,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자신을 높이기 위해서 스스로 노

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높아질 수 있는 방법을 말씀해 주십

니다. 세상의 주인이신 분이 세상 사람들의 종으로서 오셨음을 상기할 때, 주님

을 닮으려는 우리들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면서 어떤 마음 자세를 가져야할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오늘 주님을 생각하며 기꺼이 형제들에게 봉사

하는 힘없고, 권력이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고 있음을 모두가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어느 자리를 차지할까를 고민하기에 앞서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도우미로서 살아가려 할 때 불필요한 아귀다툼보다는 겸손한 덕행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가 고귀한 사람임을 알리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나는 높은 사람이다 라고 떠벌리며 자랑하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보다는,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며, 사욕이 없는 사람에게 하느님 나라에 들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주시겠다는 주님을 말씀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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