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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의 날]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01 조회수2,847 추천수4 반대(0) 신고

                          위령의 날(첫 미사)

                       <인생의 주인이신 하느님>

              욥 19,1.23-27ㄴ; 로마 5,5-11; 마태 5,1-12ㄱ

 

오늘은 위령의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

을 기억하고, 살아 있는 우리들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는 사실을 되새기게 됩니다. 오늘 우리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미사를 봉헌

하면서 이 세상을 먼저 떠나신 그분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살아 생전에 범

했던 모든 잘못을 용서받고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에 들게 되기를 같은 마음

으로 기원하듯이, 하느님께서도 우리들의 이와 같은 소망을 이루어 주십사 열심

히 기도하도록 하십시다.

 

약 두 달 전, 우리들은 신부님 한 분의 장례식을 거행했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고 생각했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백혈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 때

부터 길고도 힘겨운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자신감이 있고, 여유가

있었던 신부님께서는 어려운 치료를 받으시면서 비록 몸은 야위어갔지만 당신이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치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합병증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나도록 하고 말았습니다. 그

분의 투병 생활과 살아 생전의 자신감 있는 행동들, 그리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

음들을 알고 있었던 터였기에, 그 죽음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 다 헛되다]는 생

각마저 들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하는

의문도 생겨났습니다.

 

우리들은 [바쁘다, 바뻐]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닙니다. 심지어 초등학

생 어린이들까지도 너무 바빠서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고, 주일학교에 나갈 시

간조차 없다고들 얘길 합니다. 물론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나도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인생의 종말 앞에서 우리들

은 [준비조차 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가면 안되겠습니까?] 라든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아내를, 내 아이를, 너무 빨리 데려 가시는군요] 라며

하느님을 원망하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우리들은 별다른 준비 없이 죽음

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옛날 어느 나라에 임금님이 한 분 살고 계셨습니다. 이 임금님은 백성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서 많은 계획을 세워서 순서대로 실행에 옮겼을 뿐만 아니라, 다

른 나라의 임금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어 백성들과 나라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임금님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어느 날 가장 아끼는 자

신의 시종에게 막대기 한 자루를 건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혹

시 어느 날 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이 막대기를 기념으

로 건네주거라].

 

이렇게 훌륭한 임금님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어느 날 큰 병을 얻고 이제 마지막

유언을 하는 시간이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시종을 불러 놓고 [나는 지

금부터 아주 머나먼 여행을 떠나려고 하네. 그 동안 나를 잘 보필해 주었듯이 나

의 대를 잇는 아들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고 약속해 주게나] 라고 부탁했습니

다. 이때 시종은 임금에게 물었습니다. [임금님 그렇게 먼 여행을 떠나신다면,

준비는 많이 하셨는지요?] 임금은 [아닐세, 먼 여행이라지만 난 그다지 준비한

것이 없구먼] 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시종은 예전에 임금이 하사했던 막대기

한 자루를 가져오더니 [그렇다면 이 막대기는 임금님께 드려야겠군요. 그렇게 먼

여행을 떠나신다면서 어째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임금님이야

말로 참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들 가운데는 많은 일에 준비와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는 하찮은 일을 위해

서도 그렇게 하면서도 정작 영원한 생명의 길을 준비하는데는 아무런 노력도 기

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즐거움도 한

순간이고, 괴로움도 한 순간일 뿐이기에 영원한 것,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 만큼

은 착실하게 준비를 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매일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지] 하며 계획을

세우겠지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지 않는다면 도무지 내일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

라는 사실을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어

리석은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십니다. 우리가 [세상에서의 참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씀하시는 복

음에 귀를 기울인다면 틀림없이 영원한 것에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생명의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게 마련이지만, 우리들 생명의 주인이 바로 하느님이

심을 잊지 않고 살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주님과 일치하며 살아가는 삶의 첫걸

음이 될 것이고, 비록 우리들이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두려

움 없이 의연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령을 날을 맞는 우리들은, 우리들을 앞서가신 수많은 영혼들에게 하느님의

자비하신 은총이 머물러 주시기를, 그리고 지금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는 인생의

궁극 목적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이심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면서, 더욱 더 하느님을 굳게 믿고 의지하지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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