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 31 주간 수요일(11월 3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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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창열 | 작성일1999-11-02 | 조회수2,751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 31 주간 수요일 (로마 12,5-16a : 루가 14,25-33) ’내 제자가 되려면...’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따르는데 필요한 몇 가지 조건들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은 가정이 주는 모든 안정을 포기하고 목숨까지 기꺼이 내어놓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므로, 이같이 철저하게 추종하는 삶을 시작하고자 결단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모든 재산을 포기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조건들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군중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세운 첫 번째 조건은,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미워하다’라는 말의 본래적인 의미는 ’어떤 것을 일부러 둘째 자리에 두어 소홀히 여긴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제자가 되려면 그분을 모든 것보다 먼저 모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둘째로,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은 십자가를 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향해 가는 길에서 선포되었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 오라."는 말씀은 생명까지도 희생할 각오(순교)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 되겠지요.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 비유를 들어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십니다. 첫 번째 비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보통 삶 안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망대는 포도밭에서 두 가지 용도로 쓰였는데요. 포도밭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나뭇가지로 엮은 작은 움막 대신에 자기 밭에 알맞은 망대를 갖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에게 충분한 돈이 있다고 확신할 때에만 그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생각이 떠오른 그 날로 일꾼에게 일을 시작하게 한다면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비유는 정치 세계에서 나온 것인데요. 침략 당한 임금에 대한 이 비유도 첫 번째 비유와 마찬가지로, ’먼저 생각을 하고 난 다음에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가운데는 열광주의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르지만, 힘든 생활에 지쳐 마침내 신앙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열광주의자들을 향해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리라고 요구하십니다. 재물은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부자 청년이 예수님을 따르기를 포기한 다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보십시오. "재물이 많은 사람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루가 18,24-25)라고 하셨지요.
결국, 오늘의 말씀은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일을 결코 가볍거나 쉽게 여기지 말라고 가르치고 계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는 우리들, 그러한 표시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역시 이러한 착각 속에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참 제자는 하느님의 뜻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던져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가난한 사람이든 종이든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지혜이며 성령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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