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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9일 복음묵상
작성자김정훈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09 조회수2,461 추천수6 반대(0) 신고

신부님들이 - 이런 말씀 드리면 좀 무엇하지만 - 기피하는 3가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첫째로는 유학가서 공부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교구청에서 근무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성당 짓는 것입니다. 그만큼 첫째와 둘째는 신자들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것이고, 마지막에는 육신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사제는 주어진 일에 충실히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하긴 합니다. 그런데 우리 성당도 그렇거니와 실제로 성당 건립의 주체가 되는 신부님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늘 그 신부님은 돈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계약 기간에 맞춰서 그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신자분들께도 미안하고 여기저기 모금하러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성전이 그 틀을 갖추고 신자들이 그 안에 모여 하느님께 감사의 노래를 부를 때 그 신부님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기쁨이 흘러 넘칩니다. 하물며 어느 한 본당의 봉헌이 이렇듯 기쁘고 감사의 일이라면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격인 성당을 봉헌할 때 그 기쁨은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 성당에는 분명 신자들의 오랜 기도와 한숨과 고통과 눈물이 배여있으므로 그 기쁨이 마침내 배가 될 것입니다.

 

   오늘 그런 성당 봉헌기념일입니다. 하느님이 계시는 자리, 하느님의 영광이 머무르는 곳, 하느님의 구원능력이 깊이 간직된 자리, 우리의 보호되는 자리, 그곳이 바로 성전입니다. 적어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성전을 그 무엇보다 화려하고 그 무엇에도 견주지 못하게 지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진정으로 그렇듯 눈에 보이는 성전을 짓고 꾸미며 사랑하는데 온 힘을 다 쏫은 자랑스런 우리 자신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머무시는 이곳 성전을 꾸미고 사랑하는 힘만큼, 성체를 받아 모시고 하느님을 그 안에 품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 그 성전을 꾸미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성전은 온갖 금은보화와 아름다운 장식과 별천지로 꾸미고, 정작 성령의 궁전인 우리 자신인 또 다른 성전은 어떻게 가꾸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안에 다시 세우겠다" (요한 2, 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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