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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업데이트(up date)] (32/목)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10 조회수2,822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사랑의 업데이트(up date)>

                    지혜 7,22-8,1; 루가 17,20-25

 

 

요즘 몇 주 동안 초등부 4학년을 위해서 교리 선생님이 되어봤습니다. 갑자기

외국으로 공부하러간 담임 교사의 자리를 대신 메우기 위해서였습니다. 학년 담

임을 약간 조정해서 제가 4학년 담임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담임 자리를 넘겨주

던 교사는 한편으론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다루기 힘든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신부님의 지도를 받는 것도 나쁘진 않다며 시원섭섭해 했습니다.

 

과연 기대 이상으로 드센 아이들이었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눈치도 보고 분

위기도 파악하려는 모양이었는데, 이내 [이쪽, 빽! 저쪽, 악!‥‥] 사방에서 전

쟁이라도 난 듯‥‥,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장난이 심한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고, 그 다음 아이는 손을 들게 하고, 그 다음 아

이에게는 꿀밤을 주고 말았습니다.

 

그 날 저녁,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더듬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

어린 시절,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조금이라도 늦으시면 아이들하고 신나게 떠

들며 놀던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왁자지껄하며 소란한 우리 반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다며 뛰어오신 옆 반 선생님이 가시자마자 또다시 난장판이 되었던 그

모습, 어느 체육 시간에 실내에서 자습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무

척 소란했던 우리들을 나무라며 화를 내셨던 선생님의 모습, 그 날 선생님의 그

큰 손바닥이 얼굴에 닿자마자 책상 두 개를 밀치며 교실 바닥에 쓰러져야 했던

기억, 또 어떤 때엔 [야! 저기 선생 온닷!] 누군가 외친 조기경보에 쥐죽은듯이

자습에 열중한 척 했던 기억들이 솔솔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교리실에서, 미사

중에 어떤 것이 바른 학생의 모습인지에 대해서 말하면서 동의를 구하고자 하지

만, 나 역시 얼마나 개구쟁이였던가 하는 반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예수님께서는 [그

날이 갑작스럽게 올 것이다] 라고 설명해 주십니다. 어느 때 나타날지 알 수 없

는 담임 선생님처럼 갑자기 나타날 하느님의 나라에 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선

생님께서 오실 때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싸움하며 고함질렀던 아이들처럼, 사람

의 아들이 다시 오실 때 이 세상의 모습도 사람들끼리 웃고 즐기고 싸움하고 미

워하는 아수라장 같은 세상이겠지만 마치 번개가 번쩍하여 온 세상을 환하게 비

추듯이 한꺼번에 밝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십니다.

 

아이들이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는 수업 시간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에 충실해야 하듯이 우리들도 마치 주님께서 우리들과 함께 계시지 않는 것

처럼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도 늘 주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

러나 언제고 장난이 그리워지고 고함이 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예수

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 날 예수님께서도 당신 앞에 꿇어 용서 청하는 우리들의

기도를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들어주실 수 있으리라 희망하게 됩니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그 날이 영광의 날이요 광명의 날이지만, 예수님께서는

먼저 많은 고통을 겪고 사람들에게도 버림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예고해 주십

니다. 당신의 목숨을 버리시고 스스로 사람들의 무시를 받는 처지를 겪으시면서

도 우리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신 나머지 기꺼이 당신의 길을 가시는 주님을 생각

하면서, 우리들이 더 이상 어린아이들처럼 지내는 삶의 방식을 바꿔서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예수님께서 오심으로써 시작된 그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예수님 안에서 완성에 이르게 될 그 날을 고

대하며 우리들도 주님의 사랑 앞에 우리들의 사랑을 업데이트(up date)시킬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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