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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태일 십자가의 길 11처 12처
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12 조회수2,536 추천수2 반대(0) 신고

 

제11처 우리 주 예수님, 드디어 십자가에 못박히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무래도 누가 한 사람 죽어야 될 모양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여 김개남에게 성냥불을 켜서 자신의 몸에 갖다 대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네가 죽을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아니 나는 바보가 맞다. 아무리 바보여도 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성냥불 내가 그었다. 너를 영원히 내 가슴속에 꽃다지로 피우기 위해 내가 성냥불을 갖다 대었다.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제12처 우리 주 예수님, 마침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저녁이 되면서부터 전태일은 기력이 탈진해가는 듯 잠잠하게 누워 있었다.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듯하더니 눈을 떠서 힘없는 소리로 "배가 고프다......"라고 하였다. 12일 아침 집에서 라면 한 그릇 먹고 나간 후로 이틀 동안 아무 것도 안 먹고 굶었던 그였다. 아니, 평생을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보지 못했던 그였다. 이 한마디, 그의 스물 두해의 고통을 말해주는 이 한마디가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밤 10시가 조금 지나 간호원이 침대를 옮기려는 순간, 그는 고개에 힘을 주려고 하다가 숨이 막혀 운명하였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너는 죽어서야 아름다웠다.

너의 버스비는 이미 그 꽃다지들의 밥이 되었고

풀빵하나 먹지 못한 너는 죽어서야 아름답다.

살아있을 때는 끊임없이 비참할 뿐,

비로소 죽어서야 아름다운 너.

전.태.일.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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