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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짜~ 좋아하다간~] (대림1주일)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27 조회수2,702 추천수9 반대(0) 신고

                             대림 제1주일

                         <공짜∼ 좋아하다간>

          이사 63,16ㄴ-17; 64,3-7; 1고린 1,3-9; 마르 13,33-37

 

 

[주님, 당신께서는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는 진흙, 당신은 우리를 빚으

신 이, 우리는 모두 당신의 작품입니다. 아, 하늘을 쪼개시고 내려오십시오. 당

신의 종들을 생각하시고 돌아와 주십시오.](이사 63-64장 참조).

 

대림 제1주일,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제일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아버지이심을, 그리고 우리들은 당신의 자녀들임을 고백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

들과 함께 계셔주시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주님의 눈앞에서 벗어난

부정한 사람들이고, 흔들리는 바람결에 낙엽이 휘날리듯 죄에 휘둘리고 그 죄에

깔려 스러져가고 있는 인생들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스스로

의 힘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당신이 오시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해낼 수 있는 일이 없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오시는 그 날은 출장 가셨던 아버지가 돌아오시듯 기쁨의 날

이고 설렘의 날인 동시에, 그 동안에 저질렀던 모든 잘못을 아버지 앞에 꺼내놓

고 아버지의 정의로운 판결을 받아야하는 심판의 날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

다. 아버지께서 오실 날을 준비하며 기다리던 자녀들에게는 그 날이 기쁨의 날이

겠지만, 어른이 계시지 않는다고 자기 멋대로 동생들을 대하고 해야할 것들을 소

홀히 했던 자녀에게는 아버지께서 오신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고통이고 두려움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점들을, 주인을 기다리는 문지기에 비유하고 계십니다. 외

출을 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문지기는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주인을 밤을 새

워가며 기다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시내에 나가보면 커다란 건물에는 꼭 경비원

들이 있습니다.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근무하지만, 밤이 되면 당번을 정해

서 한 두 사람만이 남아 있게 됩니다. 어느 날 아침, 안면이 있는 어떤 경비원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휴, 밤새도록 한 잠도 자질 못했어요~’ 그의 말속

에는 평소엔 잠을 잘 수 있었는데 어젯밤에는 그렇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어 있

었고, 자신이 밤새도록 그 곳에 있는 이유가 그 밤을 지새우며 건물을 지키기 위

한 것임을 잊어버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

에게 임금을 지불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우리들도 공짜로 거저 남의 것

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사기꾼 같다느니, 염치도 없는 사람이니 하는

말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공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이발소 출입문 앞에 ’내일은 공짜로 이발해 드립니다’ 라고 쓰여 있었습

니다. 어떤 남자가 벼르고 있다가 다음날 그 이발소를 찾아갔습니다. 이발을 마

친 다음 이 남자는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이발소를 나서려고 했습니다. 그런

데 갑자기 주인이 ’손님, 이발비는 4,000원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깜

짝 놀란 손님은 ’이발을 공짜로 해준다고 해서 들어왔는데요?’ 하자 ’어디 공짜

라고 되어 있습니까?’ 라고 되묻는 것이었어요. 남자는 주인을 이발소 밖으로 데

리고 나가서 ’여기 공짜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라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주인은 ’여기 보면 내일은 공짜로 해드린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

에 오늘까지는 항상 이발비를 받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속았다는 표정으로 ’그러면 영원한 내일이니 공짜로 이발할 수 있는 날은 기대할

수가 없겠군요.’ 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주인은 ’내일은 당신의 날도 나의 날도 아닙니다. 단지 오늘만이, 지금 이 순

간만이 나의 것이요, 당신의 것일 수 있지요.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귀하

게 여기고, 이 순간에 충실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해서 대림시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이 시기를 충실하게 보내지 않고 성탄의 기쁨만을 누리려는 사람이

더 많아 보입니다. 공짜라는 말에 이발소를 찾았던 손님처럼, 우리들은 그 동안

공짜 같은 내일만을 바라는 사람은 아니었는지요? 주님께서 오실 것은 분명하지

만 언제 오실 지는 모르기 때문에 우선은 놀고먹고 마시며 이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으로 지내오던 사람은 아니었습니까?

 

내일은 분명히 우리들에게 있어서 희망일 수 있고, 희망이어야만 합니다. 그러

나 그 희망은 오늘을 충실히 준비하고 살아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

물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집주인이 돌아올 시간이 언제일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이 말은 모든 사람들

에게 하는 말이다](루가 13,36-37).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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