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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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3-09 | 조회수2,52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000, 3, 9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복음 묵상
신명기 30,15-20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
모세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내가 오늘 내리는 너희 주 하느님의 명령을 순종하며 너희 주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가 지시하신 길을 걸으며 그의 계명과 규정과 법령을 지키면 너희는 복되게 살며 번성할 것이다. 너희가 들어가 차지하려는 땅에서 너희 주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복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너희 마음이 변하여 순종하지 아니하면, 하느님께 추방당하여 다른 신들 앞에 엎드려 그것들을 섬기게 될 것이다. 오늘 나는 너희에게 일러둔다. 그리 되면 너희는 반드시 망하리라. 너희가 이제 요르단 강을 건너가 차지하려는 땅에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그것은 너희 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요 그의 말씀을 듣고 그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이 주님께서 너희 선조,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겠다고 맹세하신 땅에 자리잡고 오래 잘 사는 길이다.
루가 9,22-25 (수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사람이 온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거나 망해 버린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묵상>
우리는 어제 재의 수요일 미사에서 머리에 재를 얹음으로써 '흙에서 난 우리가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묵상하였습니다. 어차피 흙으로 돌아갈 우리이기에 우리의 인생이 허무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생이란 참된 행복을 가져다 줄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단 한번의 기회입니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여정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단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획일적으로 우리의 삶을 결정하시지 않고 우리가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선택하고 결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셨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선택과 결단이 엮어져 인생이란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진정 하느님과 함께 사는 복된 세상을 희망한다면, 인생에서의 선택과 결단의 기준은 이 희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떠한 선택과 결단을 하여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는 선택도 하게 되고 결정적인 선택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선택은 '생명과 죽음, 살림과 죽임'이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하나를 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자 한다면 당연히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주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십자가 죽음을 통해 모든 이를 살리신 예수님을 따라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생명과 살림'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죽음과 죽임'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죽음의 경쟁관계로 몰아붙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 정책,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권력을 위해 자신과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이념적으로 죽여버리는 정치적 혼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이웃들을 끌어내리는 이기적인 욕망이 만연한 사회 현실, 이 모두가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됩니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에서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길보다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들, 자기와 친한 몇몇 사람만 살려고 하는 길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배척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죽음의 나락에 떨어뜨림으로써 불행한 결말을 맺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인생이 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게 될 참된 행복을 보지 못하고, 당장의 편안함과 물질적인 풍요에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세상 사람들의 이러한 어리석은 선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을 버리고 제 목숨을 버림으로써 참된 생명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참된 살림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 오히려 어리석게 보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를 어리석게 보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이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믿음과 생명의 길에 더욱 당당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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