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의 것을 가로채지 말자(사순 2주 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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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3-24 | 조회수2,72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000, 3,24 사순 제2주간 금요일
마태오 21,33-43.45-46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
그 때에 예수께서 대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또 다른 비유를 들겠다. 어떤 지주가 포도원을 하나 만들고 울타리를 둘러치고는 그 안에 포도즙을 짜는 큰 확을 파고 망대를 세웠다. 그리고는 그것을 소작인들에게 도지로 주고 멀리 떠나갔다. 포도 철이 되자 그는 그 도조를 받아 오라고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 종들을 붙잡아 하나는 때려 주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로 쳐 죽였다. 지주는 더 많은 종들을 다시 보냈다. 소작인들은 이번에도 그들에게 똑같은 짓을 했다. 주인은 마지막으로 '내 아들이야 알아보겠지.' 하며 자기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그 아들을 보자 '저자는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이고 그가 차지할 이 포도원을 우리가 가로채자.' 하면서 서로 짜고는 그를 잡아 포도원 밖에 끌어 내어 죽였다. 그렇게 했으니 포도원 주인이 돌아오면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그 악한 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제때에 도조를 바칠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원을 맡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서에서, '집짓는 사람들이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주께서 하시는 일이라 우리에게는 놀랍게만 보인다.'고 한 말을 읽어 본 일이 있느냐? 잘 들어라. 너희는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길 것이며 도조를 잘 내는 백성들이 그 나라를 차지할 것이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이 비유가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고 예수를 잡으려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워서 손을 대지 못하였다. 군중이 예수를 예언자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묵상>
하느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은 Zero-Sum Game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열 개의 결실이 있을 때, 내가 아홉 개를 가지면, 다른 사람은 한 개만 가질 수밖에 없는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것이죠. 내가 열 개를 가져도, 다른 사람이 열 개를 가질 수 있는,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한 개도 가지지 못했는데도, 다른 사람 역시 한 개도 가지지 못할 수 있는 이상한 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세상에 끊임없이Zero-Sum Game의 법칙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많이 가질수록 자신의 몫이 줄어든다는 강박 관념에 빠져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어찌 보면 이 살벌한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모두가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살림의 방법'이 있는데, 왜 너도 나도 '죽음의 경기'에 달려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가지기 위해서 달려드는 Zero-Sum Game이 죽음의 경기라면, 모든 이가 함께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살림의 방법'은 '나눔'입니다. 그런데 나누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의 출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훌륭한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인이라면 사람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음을 고백하기에 자신의 고유한 가치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이는 자신의 고유한 가치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온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이 존귀하다.)하는 식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관계 안에서,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연대 안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참된 신앙인이라면 자기의 재능이 결코 자기 자신만이 것이 아님을 압니다.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하느님께 돌려들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옆에 있는 형제 자매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임을 말합니다. 오늘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에 나오는 소작인들은 자신이 거둔 소출이 어디에서 난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저 닥치는 대로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파멸에 이르고 맙니다. 모든 것을 손에 넣으려다 모든 것을 잃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고, 이러한 결과를 예상못한 소작인들이 어리석게 보입니다. 그러나, 제 자신이 과연 이들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되는지 묻게 됩니다. 주님께로부터 받은 저의 재능을 생각해 봅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주님께서는 제게 주셨습니다. 이것을 사목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과 나누고, 이렇게 나눔으로써 얻어진 값진 결실을 주님께 돌려드려야 하는데, 그것을 제 것으로 삼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제 자신의 몫으로 돌렸음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겸손한 척 하면서 상대방의 칭찬과 인정을 구했던 어리석음을 주님 앞에 고백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주님이 아니라 제 자신을 드러냈던 순간들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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