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상을 거슬러 하느님을 사랑하기(사순3주 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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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3-31 | 조회수2,527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2000, 3,31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12,28-34 (첫째가는 계명)
그 때에 율법 학자 한 사람이 예수께 와서 물었다. "모든 계명 중에 어느 것이 첫째가는 계명입니까?"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첫째가는 계명은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또 둘째가는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 두 계명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이 말씀을 듣고 율법 학자는 "그렇습니다. 선생님. '하느님은 한 분이시며 그 밖에 다른 이가 없다.' 하신 말씀은 과연 옳습니다. 또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께서는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너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런 일이 있은 뒤에는 감히 예수께 질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묵상>
참 신앙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무신론이 아니라 우상 숭배입니다. 무신론은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우상 숭배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하느님을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참된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무엇인가를 하느님을 둔갑시켜 그것을 믿도록 강요하는 것이 우상 숭배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우상 숭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상 숭배를 강요하는 사회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우상의 노예가 되어 워선적인 신앙 생활을 참된 신앙 생활로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이 체제 안에는 수많은 우상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우상들의 실체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우상중의 우상, 우상을 재생산하는 우상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돈'이라는 우상입니다. 좀더 세련되기 말한다면 '자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돈, 자본'이 '사람'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라는 우상입니다.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우리의 엄연한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돈, 자본'이 전지전능하다고 알게 모르게 우리를 세뇌시키고, '돈, 자본'을 벌기 위해서 이웃에 대한 불신과 경쟁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상 숭배는 그 내용과 형태가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파괴하고 인간을 그 자신의 뿌리인 하느님으로부터 잘라내어 죽음으로 이끕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향한 우리 사랑의 가장 커다란 적은 우상 숭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상 숭배는 또한 참된 인간 관계를 파괴시킵니다. 우상 숭배를 거부하는 이들을 단죄하고 죽음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우상 숭배 체제의 마수가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고 있는 오늘, 예수님께서는 참된 신앙인이라면 꼭 지켜야할 첫째가는 계명을 알려주십니다. 우상 숭배의 늪에서 헤매지 말고 참 하느님을 찾으라는 격려의 말씀이자, 동시에 우상 숭배 체제 덕분에 먹고 살며 다른 이들에게 이 체제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이 체제를 거부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경고의 말씀입니다.
"우리 하느님은 유일한 주님이시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이 두 가지, 즉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우리의 삶의 목적이요 내용입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바쳐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몸같이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바라보고 다가가야 합니다. 하느님처럼 가장하고 우리 위에 군림하고 있는 거짓 하느님인 우상으로부터 눈을 돌려 참 하느님, 유일하신 주님을 바라보고 한 걸은 다가서야 합니다. 이웃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서 불신과 경쟁을 조장하는 온갖 우상을 걷어내고 이웃을 바라보고 다가가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를 얽어매려는 우상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로울 때,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안주하고 있던 우상 숭배 체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투쟁이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오면 눈이 시린 것처럼, 많은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지고 가야할 십자가라느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것 보고 우리 하느님이라 부르지 않겠습니다."(호세 14,4) 라는 호세아 예언자의 말씀을 우리의 것으로 삼아야 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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