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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일과 인간의 전통(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6-24 조회수2,322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0, 6, 24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복음 묵상

 

 

루가 1,57-66.80 (세례자 요한의 출생)

 

엘리사벳은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께서 엘리사벳에게 놀라운 자비를 베푸셨다는 소식을 듣고 엘리사벳과 함께 기뻐하였다. 아기가 태어난 지 여드레가 되던 날, 그들은 아기의 할례식에 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가리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그러나 아기 어머니가 너서서 "안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해야 합니다." 하였다. 사람들은 "당신 집안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하며 아기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즈가리야는 작은 서판을 달라 하여 "아기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바로 그 순간에 즈가리야는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하게 되어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모든 이웃 사람들은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 일은 유다 산골에 두루 퍼져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이 아기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말하였다. 주님의 손길이 그 아기를 보살피고 계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기는 날로 몸과 마음이 굳세게 자라났으며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

 

 

<묵상>

 

요즈음 아버지의 姓만을 따르지 않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姓을 동시에 가지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의 경우를 보면, 저의 어머니가 최 씨이니까 '상지종'이 아니라 '상최지종'이 되는거죠. 이렇게 하는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특별히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기존의 질서를 뒤집어 남여평등의 사회를 지향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관습, 그것도 절대적으로 여겨졌던 관습을 뒤엎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올바른 것을 위해 이러한 관습을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이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찬사를 보냅니다.

 

우리나라에서 姓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아직까지도 혈연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삶을 일차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한 사람의 이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가문에 속해있음을 드러냅니다. 때로는 그 사람 자체를 규정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혈연, 가문은 중시되어 왔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태어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느냐는 이웃, 친척들의 물음에 아기의 어머니 엘리사벳이나 아버지 즈가리야는 "요한"이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웃, 친척들은 "당신 집안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반응합니다. 전통을 거스르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에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요.  이러한 주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세례자 요한의 부모는 전통을 거스릅니다. 전통을 거슬렀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떠한 이유로 전통을 거슬렀지를 생각해야 하지요. 세례자 요한의 부모가 전통을 거슬렀던 이유는 바로 하느님의 명령(루가 1,13 참조)을 따르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인간적 전통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이란 무엇입니까? 바로 예수님의 육화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준비하기 위해 선구자를 파견하는 것입니다. 이 선구자가 바로 세례자 요한이지요. 하느님의 일은 기존의 세상을 극복하고 열리는 새 세상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생각이나 삶의 방식을 버리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며 내적 외적 투쟁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단한 삶을 새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이 또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주는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기에 오늘 하루도 우리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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