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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과 병자의 벗들(연중 13주 목)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7-06 조회수2,128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0, 7, 6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마태오 9,1-8 (중풍병자를 고치신 예수)

 

그 때에 예수께서 배를 타시고 호수를 건너 자기 동네로 돌아오시자 사람들이 중풍 병자 한 사람을 침상에 누인 채 예수께 데려왔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안심하여라.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 사람이 하느님을 모독하는구나!" 하며 수군거렸다.

 

예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시고 "어찌하여 너희들은 악한 생각을 품고 있느냐?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서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이 있음을 보여 주마." 하시고는 중풍 병자에게 "일어나 네 침상을 들고 집으로 가라." 하고 명령하시자 그는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것을 보고 무리는 두려워하는 한편, 사람에게 이런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묵상>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서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과 어느 편이 더 쉽겠느냐?"

 

예수님께서는 분명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쉽다는 뜻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한 동안 저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풍 병자에게 더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예수님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일어나서 걸어가라.'라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빨리 나으십시오.'라는 말보다 더 필요한 말이 있을까요?

 

그런데 예수님 시대에는 질병을 단지 육체적인 문제에 국한해서 바라보지 않고 죄에 대한 하느님의 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예수님께서 왜 이렇게 말씀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육신의 고통을 겪고 있는 중풍 병자를 치유해주시고자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벌을 받고 있는 죄인으로 낙인찍혀 격리되고 소외된 한 불쌍한 영혼을 온전히 품에 안고자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완전한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자 하셨습니다.

 

불온한 마음을 가지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말씀은 통쾌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역시 예수님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이 말씀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람의 마음과 믿음의 꿰뚫어보는 예수님의 따뜻한 시선입니다. 중풍 병자는 죄인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벌을 받고 있는 죄인입니다. 온전한 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풍 병자를 따돌렸습니다. 그들의 따돌림은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중풍 병자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한발짝도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리고 갔습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예수님과 중풍 병자의 만남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중풍 병자를 보았습니다. 불쌍한 한 인간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본 사람은 중풍 병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중풍 병자를 당신께로 데리고 온 사람들을 함께 보셨지요. 이들의 마음을 보셨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소외시키는 상황에서 그 사람을 감싸안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신들도 도매급으로 넘어가기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을 감수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당신을 향한 굳센 믿음을 기꺼이 받아들이셨습니다.

 

"사람들이 중풍 병자 한 사람을 침상에 누인 채 예수께 데려왔다.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안심하여라. 네가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만약 오늘 복음을 한 편의 영화라고 한다면, 이렇게 영화평을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느님 감독에 권위있는 주연(예수님), 가녀린 주연(중풍 병자)과 정이 넘치는 조연(중풍 병자를 예수님께 데리고 간 사람들)이 빚어낸 감동의 휴먼 드라마"라고 말입니다.

 

인생이란 하느님께서 일구어가시는 감동이 넘치는 휴먼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휴먼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이 드라마에 먹칠을 하려는 여러가지 유혹과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제 자신이 주님께서 일구는 이 휴먼 드라마에서 비록 눈에 잘 띄이지는 않지만 주연과 주연을 맺어주는 사랑과 정이 가득한 조연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믿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예수님의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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