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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올 여름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
작성자황인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0-07-06 조회수2,427 추천수10 반대(0) 신고

 

항상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참회하는 마음은 모든 장엄 중에 으뜸이 되느니라. 참회하는 마음은 쇠갈고리와 같아서 능히 인간이 잘못된 마음을 억제하나니, 모든 선남자(善男子) 선여인(善女人)들은 항상 참회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느니라.

                                  - 불교유경 -

 

하루를 마감하면서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잠시 뒤돌아보는 시간이다. 장마라는데 불볕더위가 이 산골짜기까지 기승을 부려서 선풍기를 꺼내 돌렸다. 이곳이 이 정도인데 대도시에 살고 있는 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저녁이면 서늘한 기온 때문에 이불을 덮고 자지 않으면 추위를 느끼는 이런 곳에서 여름을 지내는 것이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도시인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 서울에 갔을 때 현대인들은 모두가

공멸(共滅)의 길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되니까 건물과 자동차마다 창문을 꼭 닫고 에어콘을 사용하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다가 에어콘 송풍기 앞을 지나거나 자동차 옆을 스칠 때마다 뜨거운 바람이 불쾌하게 다가온다.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세멘트 포장이 되어 있어서 태양열은 조금도 땅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복사되고 있다. 나 하나만 더위를 피하면 그만이라는 극단적인 이기심이 도시의 여름을 더욱 무덥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전력 소비량(4,000만 KW)을 기록할 정도로 에어콘을 사용하지 않으면 여름을 지낼 수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너무 가엽게 느껴진다.

 

올 여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이들 보다 더욱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또 참회하는 내용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동안 좁은 의미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만 참회하는 것으로 그리스도인들의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가족, 이웃, 본당 안에서 지인(知人)들 사이에서 발생되는 죄와 잘못에 대해서 참회하면 그만이라는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넓은 의미, 즉 우리와 자연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신앙인들은  참회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창조하신 질서를 파괴하는 것보다 더 큰 죄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파괴의 장본인이 바로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이다. 그래서 현대의 인간들 중에는 신앙인이건 아니건 관계없이 참된 의미에서 성인(聖人)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오늘 오후에 선풍기를 사용한 것을 참회하고 싶다.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참을 수 있는 더위였는데도 좀 더웁다고 선풍기를 돌렸기 때문이다. 에어콘이 없어도 이렇게 시원하게 여름을 지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있지만 올 여름을 더욱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 그 동안 나도 무의식 중에 자동차 에어콘을 마구 사용해서 무더위에 일조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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