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포기하지 않는 참된 일꾼(베네딕도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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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7-11 | 조회수1,978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2000, 7, 11 성 베네딕도 아바스 기념일 복음 묵상
마태오 9,32-38 (벙어리를 고치심, 목자 없는 양)
그 때에 사람들이 마귀 들린 벙어리 한 사람을 예수께 데려왔다. 예수께서 마귀를 쫓아 내시자 벙어리는 곧 말을 하게 되었다. 군중은 놀라서 이스라엘에서는 처음 보는 일이라면서 웅성거렸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저 사람은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 낸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모든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가시는 곳마다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또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군중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한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묵상>
주님의 일꾼으로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기쁨과 보람이 가득할 때도 많이 있지만, 때때로 무기력함과 허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무기력함이나 허탈함을 느낄 때, 인간적으로 무척 힘듭니다. '내가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가?', '지금 나의 모습이나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인가?' 이런 저런 물음이 꼬리를 뭅니다.
주님의 일을 잘 해 보고자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때 이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믿음의 벗들이 주님 안에 하나되도록 애썼지만, 서로가 갈라져 있음을 확인해야만 할 때 이런 물음을 가지게 받게 됩니다. 서로 자신에게 맡겨진 주님의 일을 충실히 해나가면서도, 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주님의 일을 이유로 서로의 얼굴을 붉힐 때에 일치와 화해의 도구로서 쓰여져야 할 제 자신에 대한 회의가 들곤 합니다.
의욕을 잃어버릴 때, 택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 '포기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유혹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제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유혹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때때로 이러한 유혹을 받습니다. 특히 많은 일들이 주어질 때 이러한 유혹을 더 강하게 느낍니다. 이럴 때면 제 마음에서는 한 판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만 주자, 포기하자' '안돼, 절대 그럴 수 없어'. '내 힘으로 안 돼, 사람들의 마음이 굳어져 버렸어.' '내 힘으로 하는 일인가? 주님께 왜 맡기지 못하고 인간적으로 풀려고 그래. 주님께서 믿음의 벗들에게 주신 믿음과 가능성을 왜 내 마음대로 져버리고 포기할 수 있어?'
물론 결론은 항상 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주님께 맡기며 제 마음을 굳게 다지는 쪽으로 나지만, 이내 현실에 부딪히면 또다시 갈등하고 회의를 품게 됩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과정을 계속 밟아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주님의 쓸만한 도구로 다듬어지겠지요.
오늘 예수님을 만나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저 사람은 마귀 두목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 낸다."는 악의에 찬 모함을 들으셨지만,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하며 병자와 허약한 사람들을 치유해주시는 당신의 일, 주님의 일을 계속하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생각에 머문다면 결코 계속 걸어가실 수 없었던 길을 걸어가셨던 힘은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와 흩어진 하느님 백성에 대한 사랑에서 연유하는 것일 것입니다.
이렇게 당신의 길을 굳세게 걸어가신 예수님께서는 믿는 이들에게 "추수할 것은 많은 데 일꾼이 적으니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이렇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추수할 것도 많고, 추수하기 위해 부르심받은 일꾼도 많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추수를 끝마칠 일꾼은 부족하다. 자신의 뜻이 아니라 주인의 뜻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는 참된 일꾼이 되도록 하여라."
여름입니다. 본당마다 여름 행사로 모두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겠지요. 저 역시 그 중에 하나입니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 주님의 일을 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을 위해, 믿음의 벗들을 위해 자신을 좀 더 양보하는 참된 주님의 일꾼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간적인 성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주님과 믿음의 벗들을 만나고 느끼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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