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거저 받은 사랑을 나누기(연중 14주 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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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7-13 | 조회수2,364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2000, 7, 13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0,7-15 (열 두 제자의 파견)
그 때에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하늘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여라. 앓는 사람은 고쳐 주고 죽은 사람은 살려 주어라. 나병 환자는 깨끗이 낫게 해 주고 마귀는 쫓아 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 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식량 자루나 여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일하는 사람은 자기 먹을 것을 얻을 자격이 있다.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가든지 먼저 그 고장에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 내어 거기에서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 집에 들어갈 때에는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내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평화는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어디서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도시를 떠날 때에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 버려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심판날이 오면 소돔과 고모라 땅이 오히려 그 도시보다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묵상>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참으로 행복합니다.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 말입니다. 때때로 힘든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쩌면 힘든 순간에 더 큰 행복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받고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왜 사랑받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될 텐데, 가끔씩 속물 근성이 발동하여 굳이 따져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딱히 사랑받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거저 받았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지요.
주님과 함께 살아오면서 지금 이자리에 있게 된 것이 얼마나 커다란 주님의 사랑인지 모릅니다. 벗들에게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받았기에 지금까지 밝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저 받은 사랑'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것에 대해서 하느님과 벗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 시간입니다.
'거저 받은 사랑'을 자기 안에 쌓아놓으면, 그 사랑은 썩어 자만과 탐욕의 싹을 틔우고 맙니다. 자만과 탐욕은 자기도 죽이고 다른 사람들도 죽이게 됩니다. 그러기에 '거저 받은 사랑'은 '거저 베푸는 사랑'이 되어 남김없이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사랑을 거저 나누기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거저 받은 것을 나누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부터 자신에게 속해던 것을 주는 것 같은 착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것을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마땅한 반대급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어주었는데, 아무 것도 돌아오는 것이 없거나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의 것이 돌아올 때 실망하게 됩니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만, 요즈음 이러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하는 벗들에게서 말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당연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하느님께서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저를 지켜보셨을지 부끄럽습니다.
오늘도 많은 벗들을 만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거저 받은 사랑을 거저 나누어주는 하루가 되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벗들이 거저 나누는 저의 사랑을 받아 자신들도 다른 벗들에게 사랑을 거저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합니다. 사랑은 어느 무엇보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 부족한 제가 주님의 사랑을 나누는 자그마한 도구가 될 수 있기를 다짐해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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