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리움, 그리고 만남(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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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7-22 | 조회수2,754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2000, 7, 22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 복음 묵상
아가 3,1-4
"밤마다 잠자리에 들면, 사랑하는 임 그리워 애가 탔건만, 찾는 임은 간데없어, 일어나 온 성을 돌아다니며, 이 거리 저 장터에서, 사랑하는 임 찾으리라 마음먹고, 찾아 헤맸으나 찾지 못하였네. 성안을 순찰하는 야경꾼들을 만나, '사랑하는 나의 임 못 보셨소?' 물으며 지나치다가, 애타게 그리던 임을 만났다네."
요한 20,1-2.11-18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나타나신 예수)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새벽의 일이었다. 아직 어두울 때에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무덤에 가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이미 치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달음질을 하여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알려 주었다.
한편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던 마리아가 몸을 굽혀 무덤 속을 들여다보니 흰 옷을 입은 두 천사가 앉아 있었다. 한 천사는 예수의 시체를 모셨던 자리 머리맡에 있었고 또 한 천사는 발치에 있었다. 천사들이 마리아에게 "왜 울고 있느냐?" 하고 물었다. "누군가가 제 주님을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리아가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예수께서 거기에 서 계셨다. 그러나 그분이 예수인 줄은 미처 몰랐다.
예수께서 마리아에게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고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이 동산지기인 줄 알고 "여보셔요. 당신이 그분을 옮겨 갔거든 어디에다 모셨는지 알려 주셔요. 내가 모셔 가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마리아야!" 하고 부르시자 마리아는 예수께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뽀니!" 하고 불렀다. 이 말은 '선생님' 이라는 뜻이다. 예수께서는 마리아에게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붙잡지 말고 어서 내 형제들을 찾아가거라. 그리고 '나는 내 아버지이며 너희의 아버지 곧 내 하느님이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고 전하여라." 하고 일러 주셨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자기가 주님을 만나 뵌 일과 주님께서 자기에게 일러 주신 말씀을 전하였다.
<묵상>
요즈음 제게는 자그마한 기쁨이 생겼습니다. 본당 식구들 뿐만 아니라, 같은 믿음을 고백하는 벗이라는 점 외에는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분들로부터 뜻하지 않은 E-mail이 오기도 하고, 게시판 제가 올린 묵상 글에 대한 회신이 가끔씩 달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부족한 묵상 글들을 읽으시고 고맙다는 뜻으로 보내주시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나 묵상을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제게는 커다란 격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즈음 본당의 여름 행사 관계로 일일히 답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애초에 제 자신의 신앙 생활을 위한 복음 묵상을 좀 더 책임감 있게 해 나가자는 뜻에서 본당 게시판과 교구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한 이 작업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만남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이제 어느덧 저의 묵상 글을 읽으실 벗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분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벗들에 대한 그리움과 반가움이라고나 할까요. 비록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물론 본당 식구들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이미 마음으로는 서로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그리움은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어떠한 모습이든 만남으로 이어지고 만남은 반가움을 줍니다. 이 반가움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과 희망으로 이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어두웠던 마음에 생기가 돋고, 억누를 수 없는 힘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축쳐진 어깨를 다시 세우고 흐뜨러진 다리를 곧게 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라는 느낌은 이렇듯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움이 간절할수록 이 모든 것은 보다 더 확실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행복한 여인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간절히 예수님을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막달레나의 그리움은 예수님을 만나뵙고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이었습니다. 물론 이 그리움만으로 예수님과의 재회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막달레나도 처음에는 예수님을 동산지기로만 알았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마리아야!" 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막달레나가 "라뽀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데는 그녀의 그리움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알아본 순간 막달레나는 커다란 변화를 겪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부활을 전하라는 엄청난 사명을 주실 만큼 말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떨어져 있던 외로움과 슬픔에서 다시 함께 한다는 기쁨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의 사랑 담긴 그리움을 가지고 싶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그리고 믿음의 벗들에 대한 그리움 말이지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랑 담긴 그리움을 더욱 간절히 가꾸고 싶습니다. 그리움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그리움이 일구어낼 값진 만남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만남이 가져올 참된 삶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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