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느님 탓? 아니며 내 탓?(연중 16주 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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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7-28 | 조회수2,431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2000, 7, 28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3,18-23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의 설명)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내포한 뜻을 들어 보아라.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할 때에는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말씀을 빼앗아 간다.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곧 기꺼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 마음 속에 뿌리가 내리지 않아 오래가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은 그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닥쳐오면 곧 넘어지고 만다.
또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말씀을 억눌러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잘 깨닫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은 백배 혹은 육십배 혹은 삼십 배의 열매를 맺는다."
<묵상>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주일학교 여름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거의 하루 종일 쉬었지요. 어제 조금만 신경썼어도 복음 묵상을 올렸을테네 게으름 때문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요, 오늘부터 또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 수요일에 들었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대한 설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농부가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 농부는 좋은 땅 뿐만 아니라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에 이르기까지 모든 땅에 씨를 뿌립니다. 참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좋은 땅만 가려서 뿌리면 낭비하는 씨가 하나도 없이 모두 많은 열매를 맺을텐데, 모든 땅에 씨를 뿌리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예수님 시대에 이스라엘에서는 이렇게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하여 이러한 비유를 든 이유도 있지만,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은 어느 누구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한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내려졌기 때문에, 이제 이 말씀과 은총이 열매를 맺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것은 하느님의 책임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각자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씨가 땅에 심어져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우리 안에 뿌려진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말씀의 씨를 가지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농부가 뙤약볕 아래서 무수한 땀을 흘리면서 추수의 날을 준비하듯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온갖 유혹과 어려움을 참고 견뎌 내야합니다.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당장에 한 사람이 완전히 변화되는 것이 아니고, 오늘 사제 서품을 받았다고 해서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거룩한 사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느 순간 반짝하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을 잘 가꾸어 갈 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이미 하느님 나라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복권이 당첨되어, 아니면 땅 값이 갑자기 올라서, 어느 날 벼락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느님 나라는 결코 이러한 요행수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만약 어떠한 요행수를 가지고 하느님 나라에 살기를 원한다면, 이 사람의 마음은 하느님의 말씀의 씨를 열매맺게 하는 좋은 땅이 아니라, 길바닥이요 돌밭이며 가시덤불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녕 하느님 나라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매일의 삶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매일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이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에게 자비와 선행을 베풀며,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맡겨주신 작은 일들에 충실할 때 우리 모두는 이미 이 땅에서 시작된 하느님 나라의 복된 백성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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