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자입니까?(QT묵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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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이경 | 작성일2000-08-01 | 조회수2,637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말씀> 루가14, 25-33
"너의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33절)
<묵상>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의 주변 인물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부류는 당시의 엘리트요,기득권 세력이며 권력 계층인 대사제들과 율법학자,지도자들이며 또 한 부류는 성별과 연령, 직업이 다양했을 군중들입니다. 마지막 한 부류는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입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은 바로 이 제자들에게, 아니, 제자 지망생들에게 하신 특별 훈화입니다.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예수님의 반대 세력이었습니다. 그들은 혈안이 되어 예수님을 트집 잡고 어떻하든 곤경으로 몰아가며 그 분을 없앨 궁리에 골몰하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는데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를 잡아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다.’(루가19, 49)
다음은 군중들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현실적인 고달픔에서 해방시켜 줄 메시아를 고대하며 구름떼처럼 예수님을 따라다닙니다. 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기적에 열광하며 호기심어린 눈빛을 반짝이지만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나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집단입니다. 그들은 예수에 대한 구구한 생각으로 결국은 두 편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렇게 군중은 예수 때문에 서로 갈라졌다.’(요한 7,43)
마지막은 제자들입니다.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신 얼마 후 눈여겨 보시던 사람들 중에서 ’제자’들을 뽑아 사도로 세우십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선택하셨고 당신 곁에 있게 하시면서 따로 제자 양육을 하신 것입니다.
’예수께서 산에 올라 가 마음에 두셨던 사람들을 부르셨다. 그들이 예수께 가까이 왔을 때에 예수께서는 열둘을 뽑아 사도로 삼으시고 당신 곁에 있게 하셨다.’(마르코 3,13-14)
오늘 예수님께서는 동행하던 군중을 향하여 돌아서서 ’제자의 도’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네 부모나 형제, 심지어는 자신마저도 미워하지 않으면, 그리고 네 십자가를 지고(죽음을 각오하고) 나를 따라 오지 않으면...이라고 하신 말씀들은 모두 군중이 아닌 제자들에게 이르시는 묵중한 말씀들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망대의 건축이나 전쟁에 임하는 자의 비유를 들어가면서까지 사려깊게 제자의 길을 선택할 것을 권하시는 것입니다.
생각할 수록 제자가 되는 건 그리 호락호락하고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시작만 해놓고 끝내기를 못한다면 그저 호기심에 휩쓸려 다니던 군중의 무리 만도 못한 것입니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과 포기가 각오되어야 합니다. 내 욕구와 기호가 아닌 하느님의 뜻을 분간해야 합니다.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이지를 헤아리고 행동하는 것이 제자의 삶일 것입니다.
만일 주께서 저에게 "너는 내 제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예"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내게 제자로 살 것인지, 군중으로 살 것인지 결단하기를 촉구하십니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선택해야 합니다. 매일의 선택이란 곧 매일의 부인과 버림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저 군중으로 남기는 쉬워도 제자의 삶으로는 쉽사리 투신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 전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쯤 제가 당신의 제자라고 선뜻 큰소리로 대답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전 오늘도 당신께서 불러주신 뜻에 합당하게 살았다고 자랑스럽게 당신의 십자가를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은총으로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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