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제 귀를 열어주소서!(23주일) | |||
---|---|---|---|---|
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0-09-10 | 조회수2,260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9월 10일(일) 연중 제23주일
<에파타: 열려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31-37
그 때에 예수께서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 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시기를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 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쉰 다음 "에파타." 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 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으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널리 소문을 터뜨렸다. 사람들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주님께서는 이 한마디 말씀으로 <귀먹은 반벙어리>를 치유시켜 주신다. <귀먹은 반벙어리>는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수님의 치유는 다분히 상징적이다. 다시말해 귀먹은 반벙어리를 실제로 치유시켜 주심으로써 주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귀먹은 반벙어리>는 별로 의미없는 이중적 표현이다. 귀먹은 사람은 듣지를 못하기 때문에 거의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람들의 눈에는 귀머거리이기도하고 벙어리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는 귀머거리이기 때문에 적어도 반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고쳐주실 수 없었다!!! 비록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이들이었지만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 스스로 하느님의 뜻을 잘 들어 알고 있고 또 진리를 늘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병자가 자신이 정신병자임을 인정하고 고백하면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경우 정신병자는 자신이 결코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였다.
우리 또한 그렇지 않을까? 주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주님을 못 알아듣고 있음의 표시요,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진리를 모르고 있다는 표시가 아닐까?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 <귀먹은 반벙어리>임을 주님 앞에, 그리고 형제들 앞에 겸손되이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를 치유시켜 주십사 주님께 간절히 청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주님께서는 오늘 <귀먹은 반벙어리>를 치유해 주시듯이, 우리의 귀를 열어주시고 입을 열어주실 것이다.
우리 모두는 거룩함의 길로 불리움 받았다. 우리가 거룩하지 못함은 바로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를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동양의 현자들은 "거룩함"을 <귀>와 <입>을 <다스린다>는 합성어로 표현하였다. 거룩할 <성>자는 바로 <귀 이>자와 <입 구>자, 그리고 <다스릴 왕>자가 합해진 상형문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양의 스승들이 생각한 거룩함의 길 또한 귀와 입을 다스린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들을 귀가 있는 자는 알아들어라!> 예수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아닌가? <너희는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여라!>
그렇다!
거룩함의 길을 걷기 위해 우리는 먼저 "들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진리를 제대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한다: "주님, 제 귀를 열어주소서 그래야 제 입시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 아침에 일어나 성무일도를 시작하면서 "주님, 제 입시울을 열어주소서"를 이러한 의미로 다시 해석해 본다.
"에파타!...."
"주님, 감사합니다. 제 귀를 열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 입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아멘. 알렐루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