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이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이세상에 보내주셨습니다.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받게
해 주셨습니다. 광야에서 구리뱀을
쳐다본 사람은 누구나 뱀에 물려도 살았듯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고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구원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이토록 극진한데도 저는
그 속에서 새로운 우상을 섬기고, 불만을
토로했었습니다.
저는 미래가 궁금해서 하느님께서 일어나게
하신 일 밖에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터에 있는
사주팔자를 보게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뭔가 확실한 것이 보여 호기심과 설레는
마음으로 얼마간을 지냈습니다.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느낀 흥분이 이런 것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몇마디의 글귀로 나의 삶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존감이 낮은
행동인지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이 이루어 주신
그 많은 축복을 인간의 언어로 망치고
있었나 봅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뱀이나 전갈을 주시겠습니까? 왜 하느님의
사랑을, 그것도 피흘리신 아들의 죽음을
통한 사랑을 믿지 않았던가요?
제게는 아마도 믿음보다는 소망이 앞섰섰나
봅니다. 그리고 사랑도 없었나 봅니다. 그리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만이 남아서
창조 질서와 현실을 뛰어 넘으려 했었나 봅니다.
봄에 가졌던 신앙의 환희와 보속들을 잊고
다시금 그 사랑으로 부터 멀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회개했습니다.
당신께 붙어있는 가지가 되어 열매를 맺게
해 주십사 뉘우쳤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두렵던 마음이 안정되고, 이전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성체조배실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며
뉘우치는 마음 위에 부어주시는 사랑을 느꼈습니다.
참 좋으신 분! 나같으면 소리라도 한번 지르련만
조용히 허물을 묻지 않으시는 좋으신 분!
끊어졌던 사랑이 다시 회복이 되는 것을 느끼며,
십자가 나무의 신비를, 높이 들어올려져 마땅한 신비를
마음 깊은 곳에서 느꼈습니다.
참 좋으신 주님. 또다시 방황하거나 죄를 짓게 되더라도
당신이 주시는 사랑을 잃지 않게 하여 주시고,
절대로 당신을 떠나지 않고 당신의 포도나무 줄기에서
열매를 맺게 하여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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