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죽으면 살리라!(연중 24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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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9-18 | 조회수2,372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2000, 9, 17 연중 제24주일 복음 묵상
마르꼬 8,27-35 (베드로의 고백, 수난에 대한 첫번째 예고)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묵상>
어제는 주일이었습니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들면서도 사제로서의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는 날이 주일입니다. 특수사목에 종사하시는 신부님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본당사목을 하는 사제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어제는 특히 바쁘고 힘들었던 하루였습니다. 그만큼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교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무척 많은 말을 했던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밤 12시 잠을 잘 때까지 거의 쉬지않고 말을 했다고나 할까요.
제게 주일마다 주어진 일상적인 일들(미사, 고백성사)외에 오후 2시 6지구 중고등부 교사연합회 월례교육 강의, 오후 4시 예비 신자 입교 환영식, 저녁미사 후 청년성서모임 2학기 개강 강의 등등으로 인해 쉬지 않고 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과연 무슨 말을 가장 많이 했을까?' 아마 '죽어야 산다'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고등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의 주제는 '가톨릭 사회교리' 였습니다. 강의를 마치면서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선생님들께 했습니다. 대충의 요지는 이런 것입니다.
"죽으십시오! 학생들에게 죽고, 동료 교사들에게 죽고, 신부님, 수녀님께 죽으십시오. 그러면 교사회는 잘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신부 역시, 선생님들에게 죽고, 학생들에게 죽어야만 합니다. 다 들 알고 있는 이 진리를 과연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예비 신자 입교 환영식 환영사를 통해서도 '죽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충의 요지는 이런 것입니다.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하느님 안에서 벌써 만났어야 했는데, 무엇이 우리를 갈라서 이제야 여러분을 여기에 오시게 했습니까?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장벽이 여러분과 하느님 사이를, 여러분과 우리 사이를 갈라서 이제야 만나게 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여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왜 오셨습니까? 살려고, 잘 살려고, 행복하게 살려고 오셨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러분은 앞으로 '죽으라'는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될 것입니다. 살려고 왔는데 죽으라고 하니 어찌 된 일일까요? 바로 죽어야 살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분께서 마음으로 받아들인 예수님께서 바로 이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우리 이렇게 만났으니 서로를 위해 죽음으로써 잘 살아봅시다......"
그런데 죽어야 산다고 말하고, 아니 말하기 전에 이미 몸으로 알고 있는데, 죽음으로써 살 수 있었던 여러가지 체험들이 삶의 역사 군데 군데 알알이 박혀있는데, 막상 죽음 앞에서 두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만남 가운데서, 그리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여러가지 일들 가운데서, 내 자신을 죽임으로써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그리고 이렇게 살림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넓혀가는 것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주저하게 되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죽음을 주저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이 시간 기도해 봅니다. 어제 만났던 선생님들, 예비 신자들에게 전했던 예수님의 말씀에서 저 혼자 빗겨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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