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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 기쁨을(연중 29주 수)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25 조회수2,834 추천수19 반대(0) 신고

 

2000, 10, 25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루가 12,39-48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생각해 보아라. 도둑이 언제 올지 집주인이 알고 있었다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

 

이 말씀을 듣고 베드로가 "주님, 지금 이 비유는 저희에게만 말씀하신 것입니까? 저 사람들도 모두 들으라고 하신 것입니까?" 하고 묻자 주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어떤 주인이 한 관리인에게 다른 종들을 다스리며 제때에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기고 떠났다면 어떻게 하는 사람이 과연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관리인이겠느냐?

 

주인이 돌아올 때 자기 책임을 다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이 아니겠느냐? 그 종은 행복하다. 틀림없이 주인은 그에게 모든 재산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종이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하고 제가 맡은 남녀 종들을 때려 가며 먹고 마시고 술에 취하여 세월을 보낸다면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 한 시간에 주인이 돌아와서 그 종을 동강내고 불충한 자들이 벌받느 곳으로 처넣을 것이다.

 

자기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몰랐다면 매맞을 만한 짓을 하였어도 덜 맞을 것이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것을 돌려 주어야 하며 많이 맡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 놓아야 한다."

 

 

<묵상>

 

제가 맡고 있는 예비자 교리반에 유아세례를 받고나서 성당을 나오지 않았던 40대 중반의 자매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언제 어디서 세례를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을 하지 못하고 계실뿐만 아니라 세례받은 사실을 증언할 만한 어떠한 자료나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세례는 단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는 것이기에 세례 기록을 찾아야만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55년도에 태어나신 이 자매님은 자신이 서너살 때쯤에 부산 광안리나 대신동쯤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마 그곳의 성당에서 받은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광안 성당과 서대신 성당에 전화를 했습니다. 50년대 후반에 그곳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것 같은데, 한번 찾아봐 달라고 말이지요. 사실 무척 귀찮은 부탁입니다. 제가 부제 때 본당에서 한달 반 가량 사무원 없이 사무장을 해봐서 잘 압니다. 가뜩이나 바쁜 사무실 업무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세례기록을 찾는 것은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닙니다.

 

결국 광안 성당에서 세례기록을 찾았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광안 성당 사무원 자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제게 더 고맙게 다가온 분은 서대신동 성당 사무장님입니다. 서대신동 성당 사무장님께서 자기 본당의 세례대장을 찾다가 없으니까 혹시 하는 생각에 이웃 본당인 동대신동 성당과 중앙 성당에도 찾아보았던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도 없었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자기 본당 세례대장만을 찾기도 귀찮을 것인데, 다른 본당에도 연락을 하고 찾아보았다는 것이 말이죠. 서대신동 사무장님께서는 세례기록 때문에 속타는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신 분이셨습니다.

 

서대신동과 광안 본당에 전화를 한 후에, 제발 세례기록을 찾았다라는 전화를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례기록을 찾다가 없으면, "저희 본당에는 그 자매님의 세례기록이 없습니다."라고만 하면 저의 부탁을 충실히 들어주신 것입니다. 거기까지만 기대했으나까요.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본당까지. 비록 서대신동에서 세례기록을 찾지는 못했지만, 하느님의 일에 너무나도 충실했던 한 분을 만났습니다. 제 마음에서는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저절로 울려퍼졌습니다. 언제 부산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만나 뵙고 싶습니다. 소주라도 한 잔 대접하면서 말이지요.

 

하느님께서 저에게 사명을 주셨습니다. 제게 사명을 맡기신 하느님의 마음이, 제가 세례기록을 찾기 위해 다른 성당에 전화로 부탁했을 때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게 맡기신 사명이 어떠한 것이든 그 사명만이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다른 무엇도 함께 드릴 때, 그것을 받으실 하느님의 마음 역시, 서대신동 사무장의 연락을 받은 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제게 당신의 일을 맡기신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를 지켜보시고 기다리고 계시는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정말로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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