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참된 겸손: 제 자리 찾기(성 가롤로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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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11-04 | 조회수2,207 | 추천수20 | 반대(0) 신고 |
2000, 11, 4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복음 묵상
루가 14,1.7-11 (낮은 자리에 앉으라)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사이파의 한 지도자 집에 들어가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를 지켜 보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손님들이 저마다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 하나를 들어 말씀하셨다.
"누가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가서 앉지 마라. 혹시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또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주인이 와서 너에게 '이분에게 자리를 내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무안하게도 맨 끝자리로 내려앉아야 할 것이다.
너는 초대를 받거든 오히려 맨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사람이 와서 '여보게, 저 윗자리로 올라앉게.' 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모든 손님들의 눈에 너는 영예롭게 보일 것이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묵상>
흔히 자신을 낮추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을 낮추는 일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잠깐 낮은 자리에 앉아있으면 조만간 누군가 다가와 더 높은 자리로 앉힌다고 한다면 낮은 자리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정작 어려운 것은 사심없이, 아무런 기대도 없이 자신을 낮추는 일입니다. 인정해 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자신을 낮추는 일이 어려운 것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겸손한 사람으로 보아 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을 낮춘다면 그것은 기만일 뿐입니다.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은근히 겸손한 척하기 위해 취하는 겸손은 참된 겸손이 아니라 교만입니다. 누군가 자기를 좀 더 높은 자리로 데리고 갈 것을 기대하면서, 낮은 자리에서 높은 자리로 옮기는 자신을 바라볼 사람들의 선망의 눈초리를 기대하면서 애써 낮은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위선입니다.
그러기에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사심없이 네 자리를 찾아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차피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불손한 겸손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드러내는 순수한 겸손을 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을 지라도 내 양심과 하느님만은 속일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춰지는 겸손이 아니라 내 양심과 하느님께 인정받는 겸손을 살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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