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은 다르게(32주 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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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 작성일2000-11-13 | 조회수2,280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얼마 전 입동을 지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아침에는 꽤 춥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제 시간이 흘러 점점 겨울의 한복판에 들어서면서 날씨는 더욱 더 추워지겠지요. 따라서 이렇게 새벽 미사에 나오는 것이 쉽지 않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새벽 미사를 나오시는 우리 신자분들, 건강에 유의하시고 어렵게 성당에 오시는 만큼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더욱 더 충만히 받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겨울의 길목에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참으로 불행하다."
남을 죄짓도록 이끄는 사람에 대한 경고와 용서에 대한 말씀을 우리에게 전해주시는 것이지요. 사실 보통 힘없고 약한 사람들은 남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내가 아무리 힘없고 약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알게 모르게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에게 죄를 짓도록 조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부모 사이에, 그리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그런 경우가 종종 생기지요. 함께 살고 함께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하는데, 순간적인 말과 행동의 실수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문제인 것은 나의 잘못이 조금이라도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더 큰 탓이 남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용서를 청하는 것을 꺼려하지요. 먼저 용서를 청하면 자신의 체면이 크게 손상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가 우리는 참 많습니다. 체면이 무엇인지는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체면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 뿐 아니라 내 마음에까지 큰 상처를 내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체면이라는 것은 결코 우리 모두에게 어떤 유익함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심지어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나 시련까지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생각을 나무를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정원사는 나무에 가위질을 해대지요. 나무에 가위질을 한다는 것. 분명 나무의 입장에서 볼 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원사가 이렇게 가위질을 하는 것은 나무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을 즐기기 위한 것일까요? 정원사는 나무를 보다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그리고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위질을 해대는 것이지요. 이처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충고를 하는 사람, 또 나에게 고통과 시련을 주는 사람 역시 나를 사랑하기에 이런 행동들을 한다는 전과는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까지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래서 내 자신을 변화시켜서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하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 변화는 바로 주님께 대한 믿음을 통해 가능합니다. 죄 없으신 분이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셨다는 것에 대한 믿음, 지금도 우리가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해 주시는 주님께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변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서, 우리는 비록 세상의 모든 것이 어제 그대로이지만, 오늘은 그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함께했던 사람들을 오늘은 새롭게 대하고, 어제 했던 일들을 오늘은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예수님께 청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 예수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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