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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엘리사벳 기념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17 조회수2,440 추천수6 반대(0) 신고

 

2000, 11, 17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복음 묵상

 

 

루가 17,26-37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는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간 바로 그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잡가고 하다가 마침내 홍수에 휩쓸려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또한 롯 시대와 같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짓고 하다가 롯이 소돔을 떠난 바로 그 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리자 모두 멸망하고 말았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 날 지붕에 올라가 있던 사람은 집 안에 있는 세간을 꺼내러 내려오지 마라. 밭에 있던 사람도 그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롯의 아내를 생각해 보아라! 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잘 들어 두어라. 그 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누워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 둘 것이다. 또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다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이 "주님, 어디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가 모여드는 법이다."

 

 

<묵상>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는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 또한 롯 시대와 같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말씀일까요?

 

그것은 죽은 자가 일어나고, 산 자가 쓰러지는 극적인 변화입니다. 타락한 기존의 생활에 안주하던 사람들에게 노아나 롯은 사는 맛을 모르는 사람,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 살아도 죽은 것과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졌기에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참된 삶을 모르는 사람들은 노아와 롯에게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만의 것을 추구했습니다. 그것이 참된 삶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들은 죽음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죽음과 같은 삶을 살았던 노아와 롯은 생명을 얻습니다.

 

삶과 죽음의 역전, 이것이 바로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에 일어날 일입니다. 자신을 믿고 제멋대로 살던 무리, 마치 이렇게 사는 것만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 믿고 안하무인 날뛰던 무리는 죽고, 이들에 의해 삶 안에서 죽음을 체험해야 했던 이들은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무서운 심판의 날이지만 동시에 기쁨과 희망의 날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아들이 오시는 날은 우리가 감히 그 날이 언제인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날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신앙인에게는 이미 시작된 시간입니다.

 

물론 신앙인이라고 해서 온전히 이 시간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신앙인들, 차마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는 신앙인도 많이 있습니다. 2000년 전 예수님께 한 사람으로 오심으로써 이 세상에 이미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없는 이들을 착취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영위하려는 가진 자들이 많이 있고, 죽음의 삶을 살아가는 억압받는 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과 죽음이 전도된 거짓된 현실 안에서 주님께서 원래의 모습대로 되찾아 주실 삶과 죽음이 제 자리를 찾는 참된 현실을 희망할 수 있습니다. 단지 희망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아닙니다.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가 드러나, 처절하게 짓밟히다 죽어간 민중들의 숭고한 혼이 되살아나고 다른 이들의 죽음을 딛고 군림하던 독재자들이 덧없이 스러져가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해도 무엇이 참된 삶이고 무엇이 헛된 삶인지, 곧 죽은 삶인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저의 선택이 남아 있습니다. '도대체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삶을 가장한 죽음의 대열에 설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길처럼 보이는 참 삶의 길에 나설 것인가?' 이 선택은 이미 제 삶의 역사 안에서 시작되었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때로는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서 주저 앉는다면 정말 거기에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설 수 있어야겠지요. 다시 바른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저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시는 주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깨우쳐주시려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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