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앞에는 어떤 방법이?(33주 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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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 작성일2000-11-19 | 조회수2,683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한 성당 앞에 두 명의 거지가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명은 십자가를 손에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염주를 손에 들고 있었어요. 성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염주를 손에 든 거지를 째려보고는, 십자가를 든 거지에게 돈을 주고 갔습니다. 당연하겠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십자가를 든 거지의 깡통은 가득 차게 되었고, 염주를 손에 든 거지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만 얻었을 뿐 한 푼도 얻지 못했지요. 그 성당의 신부가 그 광경을 보다가 염주를 손에 든 거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이것 보시오, 여긴 교회 앞이요. 당신은 여기 1년 내내 앉아 있어봐야 한 푼도 벌지 못할거요."
신부가 가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염주를 든 거지가 십자가를 든 거지에게 말했습니다.
"이봐, 저 신부가 우리 사업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거야?"
그러자 십자가를 든 거지가 대답했어요.
"글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 아무튼 이제 사람들이 다 나온 것 같으니까 일어나서 저쪽 절 앞으로 가자구."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이렇게 하면 떼 돈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도 서로 관심을 끌기위해 노력하는데, 주님으로부터 사랑과 은총을 받겠다고 하는 우리들은 과연 주님의 관심을 끌만한 일을 하고 있는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만난 예리고의 소경은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소리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큰 소리를 지른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앞서가던 사람들이 그를 꾸짖으며 떠들지 말라고 했다고 복음은 전하지요. 하지만 그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더욱 더 큰 소리로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렇게 큰 소리를 지른 끝에 그는 예수님의 관심을 끌 수 있었고, 눈을 뜨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됩니다.
만약 예리고의 소경이 남의 이목을 생각해서, 또한 다른 사람의 질책을 듣고 위축되어서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눈을 뜰 수 없었겠지요.
우리는 어떻습니까? 혹시 '주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 '이런 것까지 주님께 청할 순 없지'라는 안이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서는 주님으로부터 사랑과 은총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모두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런 은총과 사랑을 받아들일만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렇게 좋은 은총과 사랑을 주셔도 우리는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즉,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과연 예수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어떻게 하십니까?
우리도 예리고의 소경처럼 남의 이목을 신경쓰기보다는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라고 큰 소리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용기를 통해 우리는 주님께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우리의 소원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자, 눈을 떠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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