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평신도 주일을 보내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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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11-20 | 조회수2,652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어제 평신도 주일을 맞이해서 묵상했던 내용을 뒤늦게 올립니다. 제대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솔직한 심정을 있는 그대로 나누고 싶어서 투박한 글을 올립니다.)
평신도, 사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평범한(?) 신도라는 뜻인가, 평범한 신도가 있다면 특별한(?) 신도도 있을까? '평신도'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평민'이라는 말에서 '평'이 뜻하는 왜소함과 보잘것없음을 떠올리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고약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평신도'라는 말을 들을 때나 쓸 때마다 이런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사실 평신도라는 말에서 당사자들이나 수도자, 성직자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교회 안에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현실화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말입니다.
그러나 평신도는 교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차원 말고도 세상과 교회의 최접점에 서서 신앙을 증거한다는 고유의 역할에서 볼 때에도 정말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세상 한 가운데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믿음의 끈을 놓지 않고 주님의 나라를 일구기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바로 평신도들이기에 이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교회 안에서 낮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의 소명에 충실한 이들이 바로 평신도들이기에, 낮은 자리를 찾아 오신 예수님을 이들 안에서 만납니다.
힘겨운 사회 생활을 마치고 난 지친 몸을 이끌고 밤늦은 시간 성당 곳곳의 붉을 밝혀 놓고 자신을 나누는 평신도들을 바라보면서 앞 날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교회 안에서,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교회 안에서 평신도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 소중함이 말로만 표현되고 현실 안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묻혀지기에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이 안타까움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저부터 변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제 편의에 따라 평신도 형제 자매들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평신도! 참으로 자랑스러운 주님의 사람입니다.
평신도! 사랑하는 벗입니다.
평신도! 하느님 나라를 함께 일구어가는 동지입니다.
평신도 형제 자매들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주님의 길을 걸어가시기를, 교회를 위해, 사회를 위해 지금까지처럼 헌신적으로 생활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의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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