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편 되기(33주 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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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 작성일2000-11-24 | 조회수2,091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여러분, 사랑니 아니죠? 저는 사랑니가 위 아래 각각 2개씩 났습니다. 사랑니가 난 사람은 진화가 아직 들 되었다고 하는데, 저는 하나도 아니고 네 개씩이나 났으니 거의 유인원 수준인가 봅니다. 아무튼 이 사랑니가 나면 상당한 통증을 느끼지요. 어떤 때는 너무 아파서 잠도 잘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이 4개의 사랑니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는 가기가 싫은 것이에요. '내일 가지 뭐', '오늘은 너무 바빠서 안돼', '아프지도 않은데 꼭 뽑아야 하나?' 등등의 생각으로 차일피일 뒤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사랑니 부분이 너무 아팠습니다. 참다 못해 병원으로 가게 되었지요. 병원에서는 사랑니가 똑바로 나오지 않는 바램에 어금니와 사랑니에 충치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니를 뽑고, 아울러 어금니도 치료하게 되었지요.
사랑니만 뽑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런 일을 겪게 되었던 것입니다. 돈은 돈데로, 그리고 시간은 시간데로 더 많은 허비를 하게 되었지요.
우리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에게 이것은 인생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판단은 하지만, 제 경우처럼 그 사소한 것들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제 오늘 복음을 한 번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을 쫓아내심으로써, 대사제와 율법학자, 그리고 백성의 지도자들로부터 원한을 사게 됩니다.
몇 일 전 강론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이 성전에는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었습니다. 상인들은 이 성전에서 장사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었고, 이스라엘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성전 경내에서 이루어지는 매매에 대한 허락을 통해 영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성전은 기도하는 집이고 사람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 왜 사람들은 이 점을 무시하고 이곳에서 영리를 얻으려는 행동을 할까요?
그것은 '이 정도야, 주님께서도 이해하시겠지'라는 안이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당시에는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성전을 재건하기 위해 돈을 버는 장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안이한 마음 때문에, 그들은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 중에 깊이 생각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대사제들과 율법 학자, 그리고 백성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잡아 죽일 궁리를 하고 있었지만, 백성들이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는 구절입니다. 아무리 힘있는 세력이었지만, 백성들이 함께하고 있는 한 예수님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이 구절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과연 예수님 옆에 있어서 예수님을 어떤 악의 세력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예수님 곁을 떠나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으로 주님께서 원하지 않는 일을 행한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처럼 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지켜주시기 위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우리와 함께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즉, 안이한 생각들을 버리고 철저하게 주님의 뜻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주님의 편이 되어, 주님을 반대하는 세력과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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