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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판단은 정확한가?(그리스도왕 대축일 나해)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26 조회수2,922 추천수19 반대(0) 신고

안녕하세요?

 

요 며칠 날씨가 추워졌다 따뜻해졌다 하다보니까 감기 걸리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감기는 또 잘 낳지도 않는다고 하지요. 아무튼 감기 걸리신 분들은 몸 조리 잘하셔서 빨리 낳으시고요, 아직 감기가 걸리지 않으신 분들은 감기 걸리시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교회 달력으로 일 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일이며, 다음 주일에는 새로운 해인 '다'해가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연말이 되면 정부와 기업들은 결산이란 것을 하지요. 또한 우리 가정에서도 1년 간의 가계부를 평가해 보기도 하지요. 우리 교회 역시 그리스도왕 대축일인 오늘로서 회계 연도의 마지막 주일을 보냅니다. 이렇게 올 한 해를 마감하는 오늘, 우리는 우리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우리 자신을 떠올리면서 지금까지 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어떤 자매에게 한 가지 걱정이 생겼습니다. 며칠 전, 아는 친구의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혹시 내 남편도 바람 피우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었지요. 또 그런 눈을 가지고 자기 남편의 행동을 보니까 모든 점에서 의심이 드는 것이었어요. 특히 남편이 너무나도 잘 생겼기 때문에 걱정이 더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한 새벽 한 시쯤 되었을 때, 남편의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었어요. 남편은 자다가 일어나서 핸드폰을 받았고, 가만히 상대방의 목소리만을 듣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끊습니다. 이 자매가 주의 깊게 들으니까 통화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앳된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아무튼 남편은 잠시 고뇌와 번민에 찬 모습으로 갈등하더니 부스럭거리면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습니다. 그리고서는 눈을 감고 있었던 자신의 아내를 한번 확인하더니, 살금살금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었어요.

 

이 자매는 핸드폰으로 전화 건 사람이 분명 여자였고, 남편이 몰래 나가는 것을 보면서 '역시 내 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있었구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리고서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따라 나가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울까? 아니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이혼하자고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데, 남편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자매는 분명 남편이 급하게 나가느라고 지갑을 안 들고 가서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남편이 문을 열자 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현행범이야, 이제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없어. 난 모든 걸 다 지켜봤어!"

 

그러자 남편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어요. 이 자매는 깜짝 놀라는 남편의 표정을 보고서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곧바로 양 눈을 치켜 뜨고서 "전화한 여자가 누구야"라고 말하였지요. 남편은 너무 놀랐는지 말을 더듬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옆.. 옆.. 집 여학생."

 

이 자매는 "그 나쁜 년이 이 밤중에 남의 남자에게 왜 전화한 거야?"라고 말했지요.

 

그러자 남편이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차 빼 달래. 그런데 당신 무섭게 왜 그래?"

 

급한 용무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차에 연락처를 적어 놓지요. 옆 집 여학생은 그 연락처를 보고서 남편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는데, 아내는 바람 피우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의심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본다면, 의심가지 않는 행동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심을 가지고 있을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란 그렇게 쉽지 않은 법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앞으로 끌려 나오십니다. 유다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붙잡아서 '이 사람은 자신이 왕이라고 말했다'고 하면서, 사형시키기 위해 당시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 앞에 데리고 왔던 것이었지요.

 

유다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 의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행동과 말씀은 모두 하느님의 아들, 즉 메시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설마 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을 갖다보니 자꾸만 의심이 생겼던 것이지요. 색안경을 쓰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예수님에 대해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니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인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때의 예수님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붙잡히기 전, 밤새워 올리브 동산에서 기도하셨지요. 그리고 붙잡힌 뒤, 사람들에게 모욕과 조롱을 당했으며, 심지어는 폭행까지 당하셨지요. 거기에 사형수 취급을 받았으니,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겠지요. 이렇게 비참하고 초라한 모습의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아들 같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을 보면서 빌라도는 "네가 유다인의 왕이냐?"라고 질문을 던지십니다. 즉, "너는 도대체 왕 같지 않은데, 정말로 네가 왕이냐?"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끌려온 죄인이라는 자가 상당히 떳떳하게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네 말이냐? 아니면 나에 관해서 다른 사람이 들려 준 말을 듣고 하는 말이냐?"

그래서 빌라도는 '너를 내가 잡아온 것이 아니라, 네 동족이 잡아 온 것'이라면서 예수님을 다그칩니다. 그래도 예수님께서는 계속해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빌라도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빌라도의 마음 속에도 과연 저 사람이 왕일까? 라는 의심이 생겼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은 과연 어떠한 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많은 은총과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지금 내 주위의 현실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원망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면, 바로 그 순간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의심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주님께 적의를 갖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늘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내 이웃을 이해하는 마음을 간직할 때, 우리들의 왕이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갓난아기 넷이서 삶의 비애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 우리가 아기라고 다들 무시하는데, 정말 서럽다. 우리, 정말 답답할 때가 언젠지 한가지씩만 얘기해보자!"

 

첫 번째 아기: "난 기어다니기도 힘든데, '걸어봐, 걸어봐!' 할 때!!"

 

두 번째 아기: "난 더워죽겠는데, '춥지?'하면서 긴 옷 입히고, 그것도 모자라서 포대기에 감싸 안고 갈 때!!"

 

세 번째 아기: "난 배고파 죽겠는데, '졸리지?'하면서 토닥토닥 두드리면서 재울 때!!!"

 

네 번째 아기, "난 엄마 아빠하기도 힘든데, '할머니! 해봐' 할 때!!"

 

사실 아기는 말을 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판단에 따라 아기를 대합니다. 하지만 아기가 어떤 것을 원하는 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요. 예수님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시기 때문에 결코 우리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지 않지요. 그런데 아무런 말씀도 하시지 않는다고, 우리들의 뜻대로 예수님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 해를 마감 짓는 오늘, '나는 올해 얼마나 주님의 뜻대로 살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해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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